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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전쟁', 유해진·이제훈의 데블스플랜 혹은 쓰디쓴 성장담[이 영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30 19:51

수정 2025.06.01 12:04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1등 국민소주를 만들던 진로그룹은 왜, 어떻게 파산했나? IMF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한국 기업을 싼값에 집어삼키려던 글로벌 투자회사의 탐욕이 원인인가? 아니면 재벌 2세의 경영 능력 부재가 잘못이었나? IMF와 함께 불어닥친 기득권층의 모럴해저드는 어떠한가?
30일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이 1997년 진로그룹 파산 및 인수전을 모티브로 해 관심을 모은다. 유해진 이제훈이 주연한 이 영화는 실화 모티브나 허구의 주인공을 내세워 1등 소주회사 국보가 어떻게 파산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누가 이 전쟁의 승자인지 관점에선 영화판 '데블스플랜' 같기도 한 이 영화는 두 남자의 대립과 선택을 통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한국사회 기업문화를 엿보게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사회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는 직장과 일에 대한 근본 인식을 바꿨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안정적인 직장보다 연봉과 성과급이 높은 직장을 선호하게 됐다. 직장 내 경쟁은 심화돼 동료는 경쟁자로 인식됐고, 일이 최우선이던 직장인들은 슬슬 ‘워라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주전쟁’은 1등 소주 회사 국보그룹의 재무이사 종록(유해진)과 글로벌 투자사 솔퀸 직원 인범(이제훈)의 대립과 선택을 통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담아낸다. 종록에게 직장은 내 인생과 같다.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 한 잔이 인생의 낙인 그는 IMF 외환 위기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투자사와 법무법인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소주 판촉까지 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반면 엘리트 직장인 인범은 성공이 최우선이다. 그는 야심을 숨긴 채 국보 그룹의 위기를 해결해 줄 것처럼 종록에게 접근한다. 이전 세대와 요즘 세대로 대변되는 둘은 점차 소주를 매개로 가까워진다.

유해진과 이제훈의 연기가 돋보이는 ‘소주전쟁’은 반전과 스릴의 비즈니스 드라마면서 우정과 배신 사이를 오가는 두 남자의 성장담이다. 진로 그룹 인수전에 대해 속속들이 몰랐던 관객이라면 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 직장인이라면 종록과 인범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특히 이전 세대라면 종록의 삶과 눈물이 남일 같지 않을 것이다. 후반부 인범이 당하는 인생의 쓴맛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일깨워준다.

전작 ‘야당’에서 출세지향 검사로 활약한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선 예의 인간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기여한 부모 세대와 닮았다. 그는 29일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종록이 왜 저렇게 살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저로선 공감이 갔다”며 “오히려 인범이 이해가 안돼서 나 역시 올드 세대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록이 온기 없는 집안에서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장면을 대본에서 읽고, 눈물이 나와 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고 비화도 밝혔다.

이제훈은 명문대 출신의 능력있는 직장인 역할에 맞게 세련된 외모로 캐릭터의 몰입도를 높일뿐 아니라 영어 대사도 능숙하게 소화한다. 그는 “고급 단어를 구사해야 해서 부담이 컸다”면서도 “영어 대사를 코칭해주는 선생님에게 세세하게 지도 편달 받았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대사를 달달 외웠다”고 말했다.

영화 ‘빅쇼트’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바이런 만은 극중 이제훈의 상사로 분했다. 그는 “이제훈이 자신보다 영어를 잘했다"며 추켜세운 뒤 "캐릭터는 허구지만 실화 모티브라서 배우들 모두 실제 존재했을법한 인물로 보일 수 있게 신중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영화가 단지 재미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고 입을 모았다. 유해진은 “마치 숙취가 남듯,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제훈은 "일과 삶에 있어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지 이런 명제를 영화가 던진다"고 거들었다. 만은 "좋은 질문을 많이 던진다"며 "한 나라의 문화, 가치, 생각에 대해 다룬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가치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