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제철의 US스틸 인수 아니다, 투자다" 트럼프의 이중 메시지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1 15:07

수정 2025.06.01 15:07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안을 '투자'라고 반복 강조
"최종 합의 아직 승인 안돼" 선 긋기
미국 내 정치적 반발 차단 의도, 최종 승인 언급하며 협상 주도권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있는 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있는 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투자'라고 강조하며 "최종 합의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합병(M&A)이라는 표현 대신 반복적으로 투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기업의 미국 전략 자산 인수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 US스틸 공장 유세를 마친 뒤 워싱턴DC로 복귀해 기자들과 만나 "이것은 인수가 아니라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통제하고 있으며 이사회도 미국이 통제한다"며 "그들은 벽돌과 시멘트에 돈을 쓰고 있으며 그것은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통째로 소유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반복된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내가 이 제안을 네 번 거절했고, 그들이 마침내 제대로 제안하자 보게 됐다"고만 언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이 미국 내 신규 제철소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그가 유세 연설에서 언급한 140억달러보다 3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합의는 내가 승인해야 하며 아직 합의문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제철과 US스틸 간 M&A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 관계보다는 고용과 투자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는 자국의 전략 산업인 철강 기업의 소유권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국내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정치적 고려로 분석된다. 철저히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수가 미일 간 무역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연계성은 부정하면서도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측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일론 머스크에 대한 약물 의혹, 백악관 고위 참모 사칭 사건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모두 기존 입장을 반복하거나 별다른 조치를 시사하지는 않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