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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전농과 대립하던 고이즈미… 이시바 '농산물 유통 개혁' 최전선 투입 [글로벌 리포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1 18:17

수정 2025.06.01 18:17

쌀값 안정화 실패 땐 정권 실책 비화
성공하면 지지율 반등 기회 될 수도
개혁가 이미지 강한 고이즈미 전면에
중도층 흡수하고 세대교체 유도할 듯
JA전농과 대립하던 고이즈미… 이시바 '농산물 유통 개혁' 최전선 투입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펀쿨섹시' 발언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사진)가 일본 쌀값 안정화의 선봉장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농림수산상으로 전격 기용하며 전국적으로 번지는 쌀값 불안 사태 진화에 직접 나섰다.

1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기몰이가 아니라 정밀하게 설계된 전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일본 농업 유통 구조의 핵심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곧 자민당의 전통적 지역기반인 농촌 유권자층과의 충돌을 의미한다. 이시바 총리는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인데 고이즈미 전 장관의 발탁은 이를 위한 포석이다.

고이즈미는 자민당 총재 후보 시절부터 "농협 조직 자체를 해체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유통 구조만큼은 민간에 열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는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생산자는 땀 흘려 쌀을 재배하지만 그 땀의 가치는 유통 과정에서 사라진다"며 "유통 마진이 지나치게 높고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비축미 입찰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며, 유통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에 대해 "JA전농 중심 유통구조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의 쌀 유통 구조는 지역 농협을 통해 집하된 쌀이 JA전농을 거쳐 도매상과 소매업체에 이르는 다단계 체계다. 유통 과정마다 물류비와 마진이 붙는다. 이 구조는 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가격 경직성으로 이어지고, 비상시 신속한 공급 대응도 어렵게 만든다. 3~4월 정부가 총 30만t의 비축미를 방출했지만 시장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단순한 정책 집행자가 아니라 이시바 내각의 '차기 카드'로도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월 실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그는 23%의 지지를 얻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시바 총리는 2위(18%)로 뒤를 이었다. 쌀값 문제는 정권의 실책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민감한 이슈지만 동시에 국민의 삶과 밀접해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국정 메시지를 반복한 이시바 총리가 고이즈미라는 강력한 '메신저'를 전면에 내세워 유권자에게 개혁 의지를 각인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개혁 이미지가 강한 고이즈미를 통해 중도층과 무당층을 흡수하는 동시에 당의 세대교체 흐름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복합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개혁의 최전선에 선 고이즈미의 운신에 따라 이시바 내각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