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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탐방예약제 '띠지' 도입…플라스틱 쓰레기 양산

뉴시스

입력 2025.06.02 08:22

수정 2025.06.02 08:22

탐방로 입구 주변에 스티커 조각 버려져 통제소 검사 절차 없어…띠지 무용지물 지적 오전 10시 이후 자율탐방 방안 검토 필요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1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탐방로 입구 주변에는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부착하면서 발생하는 스티커 조각들이 버려져 있다. 2025.06.02.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1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탐방로 입구 주변에는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부착하면서 발생하는 스티커 조각들이 버려져 있다. 2025.06.02.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 정상 탐방예약제 적용 구간을 변경하면서 도입한 손목 부착용 '띠지'가 기능을 못한 채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띠지의 재질이 플라스틱이다.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전후해 제주지역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 '플라스틱 제로' 등을 주제로 한 행사를 여는데 반해 한라산에서는 플라스틱을 나눠주는 꼴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갈 수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탐방로, 성판악탐방로 등 2개 탐방로 전체 구간에 대해 예약제를 시행하다가 지난달 4일부터 변경했다.

중간 통제소 역할을 하는 해발 1500m의 삼각봉대피소(관음사탐방로), 진달래밭대피소(성판악탐방로)에서 백록담 정상 구간까지만 예약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오전 5시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입산이 가능한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에 대해서만 탐방로입구에서 예약 큐알(QR)코드를 확인한 후 '한라산국립공원'이 쓰인 띠지를 나눠주고 있다.

이 띠지를 삼각봉대피소, 진달래밭대피소에서 확인하고 정상으로 탐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한 달가량 시행 결과 띠지는 검사용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띠지와 부착용 스티커가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국립공원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와 스티커 조각. 이해를 위해 연출한 장면이다. 2025.06.02.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한라산국립공원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와 스티커 조각. 이해를 위해 연출한 장면이다. 2025.06.02. ijy788@newsis.com

◆현장에서는 띠지 무용지물, 오히려 쓰레기 양산

1일 오전 7시40분쯤 관음사탐방로 입구. 띠지를 부착하고 버린 하얀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관음사탐방로에서 정상 통제 역할을 하는 삼각봉대피소에 오전 9시40분쯤 도착했으나 띠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탐방예약제의 핵심인 띠지나 QR코드가 무용지물이었다. 고의든 아니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정상으로 갈 수 있는 허점이 생긴 것이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1일 오전 9시40분쯤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에 마련된 통제소를 등산객들이 지나고 있다.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2025.06.02.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1일 오전 9시40분쯤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에 마련된 통제소를 등산객들이 지나고 있다.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2025.06.02. ijy788@newsis.com

하루 1000명 내외가 방문하는 성판악탐방로는 더욱 심각하다. 띠지에서 나오는 하얀 조각을 모으는 쓰레기통을 따로 마련해야 할 정도다.

[제주=뉴시스] 한라산국립공원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부착하고 나서 버린 스티커 조각을 모으기 위해 국립공원 관계자가 마련한 쓰레기통이다. (사진=독자 제공) 2025.06.02.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한라산국립공원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부착하고 나서 버린 스티커 조각을 모으기 위해 국립공원 관계자가 마련한 쓰레기통이다. (사진=독자 제공) 2025.06.02. photo@newsis.com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실무 관계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시정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띠지는 종이처럼 보이지만 '고밀도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 수지로 만든 소재다. 플라스틱이기에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띠지는 이미 이물질이 상당히 포함됐기 때문에 보통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제주도에서 오히려 매달 2만~3만장의 띠지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이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1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부착한 모습이다. 2025.06.02.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1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정상 출입용 손목 밴드인 '띠지'를 부착한 모습이다. 2025.06.02. ijy788@newsis.com

제주트레일워킹협회 관계자는 "시행 초기부터 띠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종전대로 QR코드로 정상 탐방을 인증하고, 오전 10시 이후는 자율탐방으로 전환하면 비용이나 인력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제주도는 한라산 정상보호를 위해 2021년 1월부터 정상탐방이 가능한 성판악과 관음사탐방로를 대상으로 탐방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탐방가능 인원을 성판악탐방로 1000명, 관음사탐방로 500명으로 각각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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