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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위기에도..” 엔켐, 中시장 돌파로 '글로벌 리더' 노린다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2 10:01

수정 2025.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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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 제공.
엔켐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충돌, 전기차(EV) 시장의 성장 둔화, 관세 전쟁, 그리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상용화를 둘러싼 경쟁까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지금 격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K-배터리 산업은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실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압도적인 생산능력과 가격 공세, 그리고 글로벌 EV 수요 둔화(‘캐즘’ 현상)까지 삼중고에 직면하며 수익성과 점유율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막대한 보조금을 업은 중국 기업들은 LFP(리튬인산철)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글로벌 주력 시장을 동시에 정면 돌파하는 과감한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이니텍 보유 지분을 단기간에 정리하고, 전해액 본업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결단을 내리며 핵심 전략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불확실성 가중되는 이차전지 시장… 기회는 어디에?

바이든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도입 이후 조성됐던 미국 배터리 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가능성과 함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조금 축소, 친환경 규제 완화, EV 의무 판매제 폐지 등의 정책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관세 전쟁 속 이러한 변화는 현지 생산기지를 갖춘 K-배터리 기업들에겐 리스크이자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예정이다. 반면 중국은 자국 내 안정적 수요 기반과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LFP, 나트륨이온, ESS 등 차세대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모터쇼에서 CATL은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한 ‘선싱(Shenxing) 2세대’ 배터리와 화재 위험을 낮춘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규모뿐 아니라 이제는 기술력에서 앞서나가는 중국 기업들의 부상은 K-배터리 산업에 더욱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엔켐의 대담한 도전

이런 상황에서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고 있는 K-소재 기업은 극히 드물다.

엔켐은 중국 내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내재화를 추진하고, CAPA(생산능력)를 꾸준히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왔다. 이를 통해 AESC, Lishen 등 여러 중견 고객사와 LFP·ESS용 전해액 공급을 지속해 왔다. 레드 오션이라고 평가받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한 끝에 올해에는 중국 상위 8개 배터리 기업 중 Gotion, Svolt, Sunwoda에 순차적으로 공급을 시작하고 있으며, 나머지 4개사와도 공급을 논의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최상위 배터리 기업의 밸류체인 진입을 위한 전략적 투자까지 병행하며 ‘퀀텀 점프’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벨류체인에 진입하게 된다면, K-소재 업체 중 중국 업체와 규모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업체가 될 것이며, 나트륨 배터리 등 미래 기술 트렌드에도 함께 탑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엔켐은 세계적인 공급망을 완성한 글로벌한 기업, 현지화에 노력하는 기업, 전해액뿐만 아니라 연관 밸류체인 내재화까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수많은 고배를 마시면서도 진입을 위해 기울인 지속적인 노력을 이들 회사가 인정했기에 진입 기회 포착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K-소재 기업들은 K-배터리 3사에 매출이 집중돼 있어 시장 확장에 제약이 따르며 중국 소재 업체들과의 규모의 경쟁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엔켐은 K-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테슬라, GM 등 글로벌 OEM, 일본 및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에까지 전세계 주요 생산거점에서 공급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고객사 다각화 전략은 엔켐을 진정한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만들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중국 소재업체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엔켐의 투트랙 전략… “글로벌 소재 리더 도약”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도 놓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엔켐은 기술, 밸류체인, 투자 전략의 세 축을 조율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FP/NCM, EV/ESS를 포괄하는 주력 전해액을 중심으로 원재료(리튬염) 내재화, 사업다각화(R-NMP, CNT), 신기술(전고체, 나트륨 배터리)을 포함한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과 미국과 중국, 유럽이라는 핵심 시장 현지화를 강화하는 다극화 공급망 전략은 전례 없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한 K-배터리 산업의 응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거버넌스 개편 및 이니텍 지분 매각은 핵심사업 집중을 위한 자원 재배치의 일환이며, 빠른 실행력은 엔켐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1위 고객 진입, 미래 기술 확보, 공급망 다극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한국 소재 기업은 많지 않다. 엔켐은 지금, 그 도전을 가장 공격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내 K-소재 기업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호랑이굴’이라 불리는 중국 시장 한복판에서, 엔켐은 다시 한번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를 돌파하는 실행력을 바탕으로 엔켐이 진정한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기대가 높다"라고 부연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