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지난달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5조 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 최대 가계대출 증가 폭이다. 아직 공식 집계 전이지만,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6조 원대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금융권은 지난 3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자극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 초 4%를 넘었던 주담대 금리가 3%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매입을 저울질하던 수요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규제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 '5조' 육박…주담대가 견인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8조812억 원으로, 전달(743조848억 원)보다 4조9964억 원 늘었다.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건 '주담대'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93조6616억 원으로, 직전 달(589조4300억 원) 대비 4조2316억 원 늘었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1조5137억 원(1월) △3조3835억 원(2월) △2조3198억 원(3월) △3조7495억 원(4월) 수준에 머물렀다. 4조 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대출도 가계대출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3145억 원으로, 전월(102조4931억 원)보다 8214억 원 늘었다. 전월 8868억 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8000억 원대 증가다.
금융당국의 공식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6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통계는 이달 12~13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주담대 금리 3% 후반대로…"부동산 매수층 움직인다"
금융권은 올해 초 '토허제 여파'로 급증한 주택 거래 관련 주담대 증가분이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통상 대출 승인은 주택 매매계약 체결 후 한두 달의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
신용대출 증가와 관련해서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각종 지출 수요가 대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5월에는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3.98%로, 올해 처음으로 3%대에 진입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주담대의 경우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3% 중반대 금리까지도 가능하다"며 "대출 금리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수요층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10조 급증' 사태 재발 우려
최근 금융권에서는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대출 목표치에 도달한 일부 은행들은 '신청 건수 제한', '대출 모집인 운영 중단' 등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지난해 가계대출이 '10조원 급증'했던 상황이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대출 금리 인하와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며, 8월 한 달 동안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7000억 원 급등한 바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3% 중반대까지 떨어지면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오는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로 모든 가계대출의 한도를 줄여놓았지만, 규제 전인 6월에는 대출 증가세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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