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국가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새벽 개표 결과 무소속 나브로츠키 후보가 50.89%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쟁자였던 친유럽연합(EU) 성향 집권당 시민플랫폼(PO) 후보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는 49.11%를 득표하며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나브로츠키는 1983년생으로 민족주의 사관을 지닌 역사학자다. EU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그는 "폴란드인 우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우크라이나 피란민보다 폴란드 국민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으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백악관 국가 기도의 날 행사에 참석한 나브로츠키를 집무실로 불러 대화했고,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폴란드 회의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을 파견했다. 놈 장관은 폴란드에서 나브로츠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나브로츠키의 당선은 2023년 말 출범한 친EU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내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스크 내각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과 친EU 정책 등이 의회에서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폴란드는 투스크 총리 주도의 연정이 내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과 사면권 등으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비슷한 성향의 헝가리 정권은 나브로츠키의 당선을 가장 먼저 환영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브로츠키의 당선은 유럽의 애국자들에게 새로운 승리"라며 축하 성명을 냈다.
다만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나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등 다른 유럽 회의론자들과는 달리 나브로츠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EU 가입만큼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넘어온 난민 100만여 명을 수용한 후 폴란드인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세가 줄어드는 상황을 반영한 행보다.
한편 이번 선거 투표율은 71.63%로 폴란드 대선 결선투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를 두고 친EU적이고 자유주의적 가치를 지지하는 도시 유권자층과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 민족주의 성향의 농촌 유권자층 간의 극심한 이념적 대립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