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떨어지고 피해 구제 어려워"…도 체육회 "규정 따라 조치"
류철호 태백시체육회장 징계 시 체육회로 이첩…"셀프조사" 지적"객관성 떨어지고 피해 구제 어려워"…도 체육회 "규정 따라 조치"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올해 초 류철호 태백시체육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폭언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류 회장이 몸담은 시 체육회가 징계 심의 주체로 나서면서 '셀프 조사'로 인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 체육회는 직원에 대한 성희롱, 언어폭력, 괴롭힘과 2차 가해에 따른 인권침해 등 류 회장에 대한 비위를 징계하라고 요구한 스포츠윤리센터의 문서를 시 체육회로 이첩했다고 2일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류 회장은 부적절한 언행과 권한 남용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류 회장은 지난해 7월 한 고깃집에서 사업체 관계자들과 반주를 겸한 식사를 하며 부하 직원 B씨에게 "얘 갑바 봐. 여자 D컵은 될 거 같아", "나는 여자 다 떨어지면 얘 젖이나 만져야겠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2022년 10월 전국체전이 한창이던 울산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갑자기 "땅을 보러 가야 한다"며 원주까지 왕복 6시간 동안 운전을 시키며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을 부당하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자녀 결혼식 답례품을 배포하라고 시키고 사진 촬영을 강요하거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압박한 정황 등 10여건의 비위 행위가 드러났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시 체육회는 3개월 이내에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를 소집해 류 회장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방침이다.

도 체육회와 같은 상위기관이 아닌 류 회장이 몸담은 시 체육회에서 직접 징계 심의에 나선다는 소식에 객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피해자 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월 스포츠윤리센터 등 기관에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린 직원 B씨는 "이 사건 이후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잠도 못 잘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해 지난달 결국 퇴사했다"며 "시 체육회 공정위가 회장을 징계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 피해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조치"라고 분노했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지역 체육회 수장에 대한 징계를 본인이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상벌 권한이 지역 체육회장에게 있기 때문에 본인이 비위를 저질렀을 때는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며 "지역 체육회는 징계 건을 적합하게 처리할 인력도, 전문성도 부족해 객관적인 심의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 체육회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했다"고 말했다.
tae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