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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관세전쟁에 치일라… 韓철강 '현지화'로 돌파구 찾는다 [철강업계 사면초가]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2 18:13

수정 2025.06.02 18:12

트럼프 '50% 부과' 이번주 강행
유럽은 '7월 보복조치' 맞불 예고
업계, 양쪽서 통상 피해 가능성
현대제철, 美 일관제철소 가속
중견사도 공급망 확대·수출 다변화
美-EU 관세전쟁에 치일라… 韓철강 '현지화'로 돌파구 찾는다 [철강업계 사면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오는 7월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EU의 통상장벽이 동시에 강화되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철강업계가 통상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홀딩스, 세아홀딩스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는 수출처 다변화와 현지법인을 활용, 리스크 완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철강사, 수출 다변화·현지화로 '관세 리스크' 대응

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상호 수용가능한 해결책이 없을 경우 보복조치를 오는 7월 14일부터 자동 발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약 13%에 달한다. 대미 의존도가 적지 않은 만큼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며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업계는 미·EU 간 통상전쟁이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원자재 수급과 글로벌 철강 가격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미국 내 열연 유통가격은 단기간에 약 50% 급등한 바 있다. 이번 관세 인상으로 철강 가격이 다시 오르면 한국산 철강의 가격경쟁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현지법인을 적극 활용하며 리스크 분산에 나섰다. 먼저 포스코는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핵심시장 가운데 하나인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8조5000억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속도를 내며 현지 대응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황 부진 속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대제철은 지난 2010년 당진제철소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집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 속에 중견 철강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동국씨엠은 최근 아주스틸 인수를 계기로 멕시코·폴란드 공장과 멕시코 코일센터를 활용,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기획·법무·정보통신 인력으로 구성된 특별수출본부를 가동, 미국을 포함한 해외수출 강화에 나섰다.

세아제강 역시 미국 현지에서 철강제품을 직접 생산해 자급률을 높이고,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현지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관세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철강업체의 미국 매출 비중은 △포스코 2% △현대제철 3~4% △동국제강 1% △세아베스틸지주 3~3.5%로 집계됐다.

■정부·업계 '엇박자' 우려

정부는 미국 공관과 현지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실질적 지원책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산업부는 현지 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강화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의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수출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지만, 미·EU 양측이 동시에 장벽을 높일 경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한 수출 문제를 넘어 산업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 차원의 통상전략 강화와 업계 공동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