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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가 살아나야"… 유업계, 원유값 동결에도 고민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2 18:16

수정 2025.06.02 18:30

낙농진흥회 2년째 원유가격 동결
우유 소비 줄고 수입산 공세 몸살
내년부터는 한·EU FTA까지 겹쳐
구조적 개편 없인 국내 산업 위기
"공공영역 우유 공급 확대 지원을"
"우유 소비가 살아나야"… 유업계, 원유값 동결에도 고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으로 원유값이 동결됐지만 유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우유 소비 감소, 값싼 수입산 멸균유 수입 증가 등 산업 사양화가 심해지면서 유업계는 근본적인 정책적 변화없이는 국산 우유 산업의 붕괴까지 우려하는 실정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원유 가격이 2년째 동결된 것이다.

원유 가격 협상은 원유 생산비 증감폭이 4% 이상일 때 진행하는데 지난해 원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1.5%만 증가해 협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흰 우유 제품에 들어가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L)당 1084원으로 유지되고, 치즈, 분유 등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도 L당 882원으로 동결됐다. 2년 전에는 원유 생산비가 4% 이상 증가했으나 물가 인상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원유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원유 가격 동결에 따라 흰우유 가격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1일 가공유와 발효유 등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지만 흰 우유 제품 가격은 유지했다. 원유 가격 동결에 따른 조치다.

낙농가들은 2년전부터 수입 조사료값 인상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 인상을 주장해 왔다. 올해 생산비 증가가 1.5%라고 하더라도 농가의 인건비 등을 최저시급 인상분으로 계산하면 사실상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동결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 유업계는 당장 수익성 악화를 줄인 것은 맞다"면서도 "향후 1인 가구 증가, 식문화 다변화 등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수입산 멸균 우유 등이 들어오면 국내 우유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20년 26.3㎏에서 정체와 감소를 반복하며 2024년에는 25.3㎏으로 줄었다. 가공유, 유제품 등을 포함한 우유 제품 전체 소비량도 이 기간 83.9㎏에서 76㎏으로 줄었다.

두유와 식물성 음료, 고단백 음료 등 대체 음료 시장이 커지고 과거처럼 학교, 군부대 등에서 의무급식으로 먹던 흰우유 소비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유 소비 감소→농가 생산 감소→유업체 가동률 하락→산업 경쟁력 하락'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반면, 유업계는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일정량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는 사실상 마진이 거의 없다"며 "남는 흰 우유는 가루 우유로 만들지만 사실상 수입산 대비 원가 경쟁력이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2026년부터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치즈, 버터 포함) 무관세가 전면 시행화되는 것도 위기 요인이다.
현재 국내산 원유 L당 가격이 3000원대인 반면, 폴란드 등 유럽산 멸균 우유는 L당 1500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국내산 신선우유는 유통기한이 1~2주 정도지만 수입 멸균 우유는 최대 1년으로 온라인 등에서 구매가 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유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 없이는 산업이 지속 불가능하다"며 "기업, 농가, 정부까지 3자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도 유럽의 우유 소비 촉진 사업이나 일본의 학교 급식 우유 확대 정책 등 '하루 한 잔 우유' 소비 촉진 캠페인이나 공공영역 우유 공급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