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통시장, ‘여가공간’으로 거듭나는데...청년 창업 지원은 숙제

김예지 기자,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5 14:24

수정 2025.06.05 14:24

수도권 거주 성인 10명 중 8명
최근 6개월 내 전통시장 방문
젊은 층, 여가 목적 방문 다수
청년 창업공간 '청년몰' 관심도 상승하나
5곳 중 1곳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광장시장을 찾은 젊은 시민들.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광장시장을 찾은 젊은 시민들.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경동시장 내 청년몰 모습.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경동시장 내 청년몰 모습.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파이낸셜뉴스] #.평일 오후 2시, 광장시장 북문 앞은 찹쌀 꽈배기를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장시장 찹쌀 꽈배기 줄 서는 곳입니다'라는 표지판 뒤로 스무 명 이상의 손님들이 차례를 기다렸고, 꽈배기를 든 채 시장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청년들도 보였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곽채린씨(22)는 들뜬 표정으로 "주변 친구들도 시장에 많이 놀러 오는 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통시장 맛집 관련 게시물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차츰 젊어지고 있다.

식재료나 물건을 구매해 살림을 꾸려 나가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여가 목적으로 시장을 방문하는 2030 세대도 몰리면서 시장 내 청년 상인들의 입지 또한 넓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전통시장 내 청년 상인들이 모여 있는 청년몰 폐업률이 여전히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지속 가능한 창업지원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2025 전통시장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81.2%)이 최근 6개월 이내에 전통시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젊은 연령층의 경우 관광 명소를 방문하거나(20대 30.0%, 30대 30.4%) 나들이·데이트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20대 26.8%, 30대 20.0%) 전통시장을 찾는 비율이 높았다.

최근 대구 여행을 가 서문시장까지 들를 정도로 전통시장을 즐기는 백승혜씨(27)는 “평소 부모님과 광장시장이나 수원 남문시장 등을 종종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광장시장 인근 카페 직원 안모씨(27)도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옛날 과자만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시장 근처 카페에서 일하면서 청년 세대나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의외”라고 전했다.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청년 인구가 많아지면서 청년 창업공간인 전통시장 내 '청년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경동시장 청년몰에서 '청산제과'를 운영 중인 이지은씨(40)는 “최근 경동시장 내에 스타벅스도 개업하고, 청년몰 건물 옥상에서 야시장도 운영하면서 시장 내 청년 세대 유입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전통시장을 자주 방문하는 이모씨(25)도 “청년몰에 있는 빵집이나 음식점에 오기 위해 전통시장에 종종 온다”고 덧붙였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빈 공간을 활용해 형성된 청년창업 점포와 문화체험, 지역민 소통이 가능한 복합몰로 조성 시 청년몰당 최대 40억원이 지원된다. 이후 공동마케팅과 공동수익사업, 자생력 강화 컨설팅 등 청년몰 활성화 사업에 최대 5억원, 진입환경 개선 및 창업공간 추가조성 등 확장 사업에는 최대 10억원이 책정된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청년몰이 조성된 시장은 총 43곳이다.

그러나 본지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요청해 받은 최근 6년 간 청년상인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43곳의 청년몰 중 유지되고 있는 곳은 35곳(81.4%), 폐업한 곳은 8곳(18.6%)로 집계됐다.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청년 창업 지원사업을 도입한 것에 비해 성과 분석은 미약하다.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없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어 "청년몰 입주 전 상인들이 일종의 '수습 기간'을 가지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해 유지 가능성을 높이고, 단계적인 지원책 강화와 성과에 따른 개선책 마련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도 "청년(상인)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특산품을 전통시장 안에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화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역할을 (청년 상인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