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주민들 "금전적으로 어려워 보이진 않아"
"성실한 가족이었는데"…처·자식 살해 사건에 이웃들 '충격'이웃 주민들 "금전적으로 어려워 보이진 않아"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40대 가장이 거액의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아내와 고등학생 아들 두 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웃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3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빌라.
지씨 가족이 3~4년간 거주해온 이곳은 적막이 감돌았다.
집 앞에는 세탁 세제와 택배 상자 등 생활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우편함에는 카드사에서 지씨의 아내 앞으로 도착한 우편물이 남아 있었다.
굳게 닫힌 현관문 앞엔 사람의 왕래가 끊긴 듯 고요함만 가득했다.
지씨네 이웃 주민들은 건설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온 지씨와 일가족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주인 A씨는 "월세도 꼬박꼬박 성실히 냈고 항상 인사도 잘했다"며 "건설 현장에서 철근 작업을 한다고 들었고 아내도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고등학생 아들 2명도 별문제 없이 학교를 잘 다녔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무슨 사연이 있어서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윗집에 사는 주민 B씨도 "오가며 인사 몇 번 했을 뿐, 부모와 애들 1∼2명이 살고 있다는 거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큰소리가 난 적도 없을 정도로 평범하고 문제없이 지내왔다"며 "뉴스를 보고 설마 했는데 이웃 주민이었다는 사실조차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씨는 지난 1일 오전 1시 12분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가족을 태운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지씨의 아내와 고등학생 아들 2명 등 모두 3명이 숨졌다.
이후 지씨는 홀로 차량에서 빠져나온 뒤 건설 현장 직장동료에게 차편을 제공받아 광주로 도주했다.
경찰의 추적 끝에 지씨는 전날 오후 9시 9분께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붙잡혔다.
지씨는 "거액의 채무 때문에 힘들어서 가족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지씨를 광주로 데려다준 50대 남성 A씨도 전날 체포해 범인 도피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