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선수들이 유럽서 성장하면 한국 여자축구도 더 발전"
AS 로마서 '좌충우돌' 시즌 끝…새 시즌은 여자 UCL 정조준
'크려면 유럽으로 오라'…여자축구 차세대 간판 김신지의 제언"잘하는 선수들이 유럽서 성장하면 한국 여자축구도 더 발전"
AS 로마서 '좌충우돌' 시즌 끝…새 시즌은 여자 UCL 정조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얻는 게 훨씬 커요. 잘하는 선수가 해외로 가야지 한국 여자축구도 발전할 거고, 무엇보다 축구가 더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여자축구 차세대 간판으로 꼽히는 미드필더 김신지(21)에게 지난 4개월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포항여전고와 위덕대를 거쳐 올해 2월 이탈리아 명문 AS 로마로 향한 김신지는 한국에서보다 머리가 훨씬 아팠다고 한다.
생소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의식주가 자동으로 해결됐던 엘리트 체육 환경을 떠나 스스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피지컬·속도가 떨어지는 약점을 만회하려면 공을 받을 위치와 동선을 더욱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계산해야 해서다.
이같이 유럽 진출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하지만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김신지는 유럽행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신지는 "힘들 때가 많지만 어려움 속에 얻는 게 더 크다"며 "처음에 빠른 경기 속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조금씩 적응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속도가 느린 편인데 똑똑한 플레이의 빈도를 늘려 극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훈련인데도 주전에 들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한 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대로 밀려난다"며 "유럽 선수는 경쟁심·승리욕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다"고 돌아봤다.
2024년 발롱도르의 주인공 로드리(맨체스터 시티)의 플레이를 닮고 싶다는 김신지는 주로 2, 3선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다.
로마는 지난해 9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자질을 확인하고 김신지를 데려갔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입단 직후 부상으로 고생한 김신지가 로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나선 건 한 번뿐이다.
유망주의 성장을 위해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김신지는 출전 기회가 적더라도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입장이다.
선수로서 가슴에 품는 향상심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신지는 "더 잘하는 선수들과 하는 축구가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어릴 때부터 유럽 선수들을 상대했다면 시야가 더 넓어졌을 것 같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느낀 점을 갈무리하면서 성장하면 한국 여자축구의 전체적인 실력도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신지뿐만 아니라 2004년생 공격수 전유경이 노르웨이 2부리그에서 활약 중이고, 박수정(울산과학대)도 유럽 팀으로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지소연(시애틀 레인), 김혜리(우한) 등 대표팀을 지탱해온 이들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김신지 등이 새로운 간판으로 커야 한국 여자축구의 해묵은 과제인 세대교체도 이뤄진다.
김신지는 "우리가 언니들을 이어 다음 차례의 '황금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지의 새 시즌 목표는 소속팀에서 입지를 넓혀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무대를 누비는 것이다.
2024-2025시즌 리그를 3위로 마친 AS 로마는 다음 시즌 UWCL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내 대회 성적에 따라 본선에 해당하는 리그 페이즈로 올라설 수 있다.
김신지는 "챔피언스리그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무대다. 꼭 기회를 잡아서 경기에 출전해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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