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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호 과제는 '성장동력 살리기'…구조개혁·관세대응 시급"

뉴스1

입력 2025.06.04 10:23

수정 2025.06.07 10:37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4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자택 앞에서 열린 주민 환송 행사를 마친 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4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자택 앞에서 열린 주민 환송 행사를 마친 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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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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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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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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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로 '침체한 성장 동력 회복'이 꼽혔다. 내수 부진과 글로벌 통상 전쟁이 겹치면서 초유의 0%대 저성장이 전망된 만큼,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다만 단기 성과에 치중한 경기 부양은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단기 내수 부양책과 함께, 저성장 고착을 막기 위한 구조 개혁의 병행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전 장관은 "그동안 세계화 흐름에 편승해 꾸준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며 "산업 구조가 수십 년간 고착되면서 주력 산업이 노쇠하고 비대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각 기관이 올해 경제 성장률로 1% 미만을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 경제 성장률로 올해 0.8%를, 내년에는 1%대 중후반을 전망하고 있다.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새 정부는 2000년 이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낮은 1~2년 차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채 임기 후반부를 맞게 된다.

"구조적 저성장 고착…연 1%대 성장도 쉽지 않아"

한국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물가 자극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 속도인 잠재 성장률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락해, 지금은 인위적 경기 부양 없이는 연 2% 성장도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새 정부 임기 후반에도 뚜렷한 성장률 반등은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에서 지속해서 하락해 △2025~2029년 1.8%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에는 0.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약 15년 후에는 사실상 만성적인 '제로 성장' 국면이 펼쳐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가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성장률 목표는 연 2~3%가 아닌, 1%대라는 진단도 나왔다. 강민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구조적 저성장 국면"이라며 "앞으로는 연 1%대 성장이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 해법은 노동·산업·주거 등 '전방위 구조개혁'

전문가들은 저성장 체질을 바꿀 해법으로 '구조개혁'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소수 주력 산업 의존 등 저성장의 구조적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정책 설계에 집중적으로 반영해, 미래 지향적 경제 활성화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낡은 규제와 산업 정책은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구체적으로는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노동 규제가 핵심 개혁 과제로 지목됐다.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민간이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거버넌스 전환과 사업 개편에 나설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개혁과 금융·세제 지원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논의의 경우 더는 성역처럼 남겨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 전 장관은 "노동 개혁, 저출생 해결 같은 구조 변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노동 시장 유연화에 대해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민간 소비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주거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속 가능한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개발보다 생활권 단위 재정비를 우선하되, 서울 도심 내 수요가 해소되지 않으면 3기 신도시급 대체지로 교통·직주 근접성을 확보한 입지를 선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상 대응 시급…"정부, 방공망 역할로 투자 유도해야"

미국발(發) 통상 전쟁에 대한 전략적 대응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불안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기업들이 투자를 재개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관세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압력이 거세진 상황에서는 정부가 '아이언돔' (방공망)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10% 보편 관세 부과만으로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과적인 통상 대응을 목표로 외교·안보·경제 분야 간 칸막이를 허물고, 일관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높은 칸막이를 낮춰, 5년짜리 단기 정책이 아닌 외교·안보·경제를 총괄하는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만능주의' 경계…중장기 성장 무게 실어야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로 '재정 만능주의'를 들었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당장의 성과는 부풀려질 수 있지만, 1~2년 만에 효과가 사라질 단기 부양책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특히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초저금리로의 복귀가 어려운 상황, 미중 패권 갈등 격화, 구조적인 소비(내수) 둔화 등 복합 위기 국면에서 과거처럼 재정 확장만으로는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반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단순 규모에 대한 논의보다 민간의 성장 동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실효적인 세부 방안 마련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는 단기 경기 부양만 좇아선 안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민 소득이 오르고 소비 여력이 지속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