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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시장원리와 정부개입 사이 합리적 대안 찾아야"[이재명 정부]

뉴시스

입력 2025.06.04 13:49

수정 2025.06.04 13:49

전문가 제언…문한필·안병일·임정빈 교수 인터뷰 "기후변화·통상 위기 속 식량안보, 선택 아닌 필수" "공약보단 예산으로 말해야…농업 투자는 최후 보험" "농정은 범부처 국가 전략과제…농지구조 개편해야"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가득 쌓여 있는 벼 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2023.04.04. jtk@newsis.com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가득 쌓여 있는 벼 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2023.04.04. jtk@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정 분야가 본격적인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산물 가격안정제 등 정치적으로 쟁점이 된 주요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낸 농가소득과 경영안전망 확충을 골자로 한 대선공약들이 농정 예산 확보를 기반으로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 변화와 글로벌 통상 전쟁 속에서 식량안보는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기후변화·통상 위기 속 식량안보, 선택 아닌 필수"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담은 농가소득 안정책에 공감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량주권법 제정, 공익직불제 확대,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농업수입안정보험, 농어업재해 국가책임제도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농정은 단편적인 접근이 많았다. 이제는 농업을 현안 중심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안목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농업은 국민 모두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농촌은 단지 농민만의 공간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상시화되는 시대에 식량 안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농업은 이제 저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곡성=뉴시스] 박기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전남 곡성군 석곡농협 백세미방앗간을 방문해 백세미 수확 시연을 하고 있다. 2024.09.24. pboxer@newsis.com
[곡성=뉴시스] 박기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전남 곡성군 석곡농협 백세미방앗간을 방문해 백세미 수확 시연을 하고 있다. 2024.09.24. pboxer@newsis.com

◆"양곡법, 시장원리 무시 안 돼…균형 있는 정책설계 필요"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쌀 의무수입 물량 감축 등 쌀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정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양곡법과 관련해 "정부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가격에 무조건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보다는, 시장을 고려한 탄력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한필 교수는 "양곡관리법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 이슈가 아니다. 시장 기능과 정부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 있게 설계하면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책적으로도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쌀 의무수입 감축과 관련해 "현재 쌀 의무수입 물량은 1988년 기준 소비량을 반영해 과도하게 설정된 측면이 있다. 지금의 소비량에 맞춰 재조정이 필요하고 이는 협상을 통해 충분히 접근 가능한 문제"라며 "쌀 수입을 줄이는 대신 밀이나 옥수수 등 필요한 곡물 수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돼 있다. 2025.05.0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돼 있다. 2025.05.06. kmn@newsis.com

◆"공약보단 예산으로 말해야…농업 투자는 최후 보험"

세 명의 전문가 모두 농정을 위한 예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예산은 정부 의지의 바로미터인 만큼 "진정성 있는 농정을 위해서는 예산 편성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정빈 교수는 "현재 전체 정부 예산에서 농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약이 공(空)약이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5%까지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병일 교수도 "농업에 대한 투자는 보험과 같다. 평소에는 낭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위기가 오면 국가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험이 된다"며 "단지 농민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가 위기를 대비하는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농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려면 선진국처럼 농업 예산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충북 보은군 화훼농원 숲결에서 청년 농업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5.06. photo@newsis.com
[보은=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충북 보은군 화훼농원 숲결에서 청년 농업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5.06. photo@newsis.com

◆"농정은 범부처 국가 전략과제…농지구조 개편해야"

임정빈 교수는 "농정은 이제 농민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공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농식품부만의 일이 아니라 범부처적이고 국가 차원의 전력적 과제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한필 교수는 농지구조 개편과 청년농 육성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지금처럼 고령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유지하면서 세대교체가 되지 않으면, 젊은 농업인의 진입은 어려워진다. 농지를 은퇴농에게서 청년농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세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이 30년째 1.5㏊에 머물러 있다.
유럽이나 일본, 네덜란드처럼 농지 규모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5.06.0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5.06.04.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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