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중시…국익 중심 중·러도 안정적 관리 내세워
대북 억지력만 고수하지 않을 듯…남북 대화·협력 병행할 듯
트럼프 예고한 주한미군 감축·방위비분담금 재협상 대비해야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2025.06.04.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04/202506041355114131_l.jpg)
지난해 12월 탄핵 국면에 접어든 후로 '정상외교'가 중단되면서 우리나라의 입지나 존재감이 약화되고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주변국의 견제가 치열해지면서 정세를 뒤흔드는 양상이 계속 되면서 이 대통령이 강대국 틈에서 '코리아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미·중·일·러 정상들과의 소통 채널을 재개하고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굳건한 한미동맹 토대 한미일 협력 지속…중·러 관계 개선 단기간 내 어려울 수도
이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외교의 토대로 삼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추구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협상과 연계한 '패키지 딜'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은 물론 그와 연계된 주한미군 감축까지 요구하고 있고, 북·미 대화 재개 의지마저 내비치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한 약속을 거론하며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아시아 주요 동맹국이 유럽보다 적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실상 한국을 직격했다.
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지도 주요 과제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중요 무역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인정하고 "지난 정부 최악의 상태에 이른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 시절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만큼 반대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됐기 때문에 단시간 내 한·중 관계 복원이 이뤄지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불법 구조물 설치 논란과 군사훈련 감행 등 중국이 남중국해 접근 방식으로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하려는 서해공정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지면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 이 부분도 중국 측과 관계 개선을 하기 전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과거사·영토 문제는 원칙적으로, 사회·문화 ·경제 영역은 전향적·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일관되고 견고한 한일관계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한·미·일 협력도 견고히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실용외교를 중심으로 한 한일 관계 개선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초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윤석열 정부는 한일 정상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수출규제 해제 등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로까지 협력을 확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고착 상태에 빠졌던 한일 관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인 이념이나 외교 정책은 일본을 중시한 편은 아니어서 정국에 따라선 한일 관계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러 관계는 국익 우선의 관점에서 다루고, 우크라이나 재건에 기여하며 한반도 안보와 우리 기업을 위한 실용 외교를 펼치겠다는 전략을 이 대통령은 제시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고, 북·러 군사 협력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후 단기간 내에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통해 북한 문제를 위한 레버리지로 삼고 경제적 이익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중시한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과 비슷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 체제에서 외교공간이 한정적이었던 전 정부와 달리 달리 새로 출범한 정부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추구하면서도 중·러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중시하는 기조를 중심축으로 본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외교 정책은 결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할 수도 있다. 올해 G7 정상회의는 이번 달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개최되고, 나토 정상회의는 같은 달 24~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초청받아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만큼 올해도 한국이 초청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이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과 테이블을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 초기 주변국 외교 노선의 윤곽도 가늠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방위력 증강 역점…주한미군 재편 등 안보 리스크 가중
탄핵 사태로 국방장관을 비롯한 주요 군 지휘관이 공석이 되면서 빚어진 안보 공백도 이 대통령이 서둘러 메꿔야 할 시급한 과제다.
이 대통령의 취임으로 안보 정책의 기본 골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방위력 증강'은 안보의 핵심이라며 공고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기반으로 한미 확장억제 체계와 3축 방어체계를 고도화하고,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안보 공약으로 내놓았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군사전략 목표를 대(對)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감축을 골자로 한 미군 전력 재편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한미군은 대중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대북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는 쪽으로 역내 한미 간 안보 역할 분담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잠정 국가방어 전략지침'에는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북한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혹은 고정된 항공모함"으로 비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재개하면서 일종의 협상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전쟁 게임)'이라고 부르며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는 워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억지력' 강화만 추구하기 보다는 '대화'나 '교류'도 일정한 시점이 되면 재개·병행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한 '코리아 리스크' 해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집권 내내 대북 압박을 안보정책의 기본 골격으로 삼고 이를 뒷받침할 수단으로 한·미동맹 강화나 한미일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춰 안보 현안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과 다른 면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어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동맹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국제사회와도 중층적인 협력의 틀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내세움으로써 우선 대북 억지력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정부처럼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사 핫라인 등 남북 소통채널 복원, 긴장 유발 행위 상호 중단, 호혜적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추진 등에 힘을 쏟겠다고 한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이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4일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겠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북 간에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해서 공존, 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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