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인허가 당시에 軍과 합의
"보안사항인데다 관련규정 없어"
입주민 "중대사실 미고지" 반발
군사기밀 관련 명확한 지침 필요
"보안사항인데다 관련규정 없어"
입주민 "중대사실 미고지" 반발
군사기밀 관련 명확한 지침 필요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정비사업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한지 1년된 이 아파트 단지 옥상에는 방공호 등 군사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단지 내 공사 장비가 오가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일부 입주민들이 옥상에 올라가 확인한 결과 방공호 신축공사 도면이 현장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분양 당시 입주자모집공고 어디에도 군사시설 조성 관련 내용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당시 수도방위사령부의 심의를 통해 군사시설 설치가 결정됐던 곳이다. 하지만 조합이 인허가 과정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측에 약속한 군사시설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준공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는 8월 준공 승인 만료 기한을 앞두고 군사시설 조성이 시작된 것이다. 대공진지가 단지에 들어선 것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단지 높이가 위탁고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공방어 협조 구역 내 위탁고도(77~257m) 높이로 건축되는 건축물은 군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공방어 협조구역이란 원활한 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국방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 2020년 건축 심의에서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단지 설계상 높이가 군이 허용하는 건축 높이를 초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군은 심의 통과를 위해 재설계를 통해 건축물 높이를 낮추거나 군사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군사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해 심의를 통과했다.
입주민들은 해당 사실을 최초 분양부터 지금까지 안내받지 못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2022년 1월 11일 공고된 최초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군사시설과 관련된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수분양자들은 이를 두고 '중대한 사실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군사시설이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될 경우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점이 이번 논란을 키웠다. 해당 아파트 조합장은 "군사시설은 보안 대상이라 구청이나 군에서도 분양공고에 포함하라는 지침이 없었다"며 "입주민 민원 이후 수방사에 어느 범위까지 공개 가능한지 문의했으며 곧 가이드라인을 받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북구청 측도 "모집 공고에 내용을 적시한 곳도 있다지만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구청이 모집공고에 사실 기재를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도방위사령부 관계자는 "입주민 등 당사자에게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맞지만 공지 등을 통한 대대적 공개는 맞지 않다"며 "지침과 관련한 애매한 부분은 법적 검토를 받는 중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지역이므로 국가 방위를 위한 군의 작전활동에 지지와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기밀시설이 분양 공고에 없다고 해서 계약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군사 기밀로 취급할 것 같으면 그에 준하는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정비계획만 봐도 다 드러나는 내용을 입주자모집공고에만 담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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