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 우창록 명예회장 5·끝 초일류 골프 선수를 만들기 위한 문화
즐기는 골프로 무장한 김아림
LPGA 개막전 챔프로 '우뚝'
잠재력 깨워줄 좋은 멘토 필수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도 중요
즐기는 골프로 무장한 김아림
LPGA 개막전 챔프로 '우뚝'
잠재력 깨워줄 좋은 멘토 필수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도 중요
대한민국 골프는 2000년을 전후해 세계 정상에 섰다. 남자 골프의 최경주(55), 양용은(53), 여자 골프의 박세리(48)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들의 활약으로 수많은 '최경주 키즈', '박세리 키즈'가 나오면서 대한민국 골프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법무법인 율촌의 우창록 명예회장(72)은 아쉬운 마음이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그동안 성적 지상주의에 기반해 성장했다. 1등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경쟁을 즐긴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졌지만 잘 싸웠다'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어려웠다. 한 타, 한 타에 수천만 원의 상금이 달라지는 골프에도 성적 지상주의는 깊게 뿌리박혔다.
우 명예회장은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지만, 선수들이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며 "여유가 생기면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 명예회장은 10여 년 전 한 프로암 대회에서 만난 김아림(30)에게 깊은 영감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김아림은 2016년에 1부 투어에 데뷔했지만, 당시 우승 없이 평범한 성적을 내는 선수였다.
그는 "국가대표 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적도 없던 선수였는데, 코스 공략이 남다르고 마인드가 좋았다. 우승도 좋지만 상위권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고, 골프를 즐겁게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며 "어린 선수에게서 굉장한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년간 1위에 오른 장타와 즐기는 골프로 무장한 김아림은 2018년에 첫 우승을 거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출전자가 줄어 행운의 출전 기회를 얻은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에서 초청 선수로 나가 우승했다. 김아림은 올해도 LPGA 투어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우 명예회장은 "자신만의 골프 스타일을 만들면 우승을 많이 하는 것보다 더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자신의 신념대로 골프를 하면서 우승도 많이 했다. 김아림을 보면서 참 훌륭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 명예회장은 김아림 이전에 '장타 여왕'으로 불리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박성현(32)의 침묵은 마냥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는 "박성현 선수를 2015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뒤 프로암에서 만났다. 몇 마디 나눠보니 금세 느껴질 만큼 심성이 착했지만 뭔가 여유가 없어 보였다"며 "박성현 선수는 재능이 많아 지금도 좋은 멘토를 만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것에 집착할 게 아니라 좋은 멘토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얻고 목표를 조정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우 명예회장은 골프업계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선수를 제대로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매니지먼트의 본질적인 일을 하는 좋은 매니저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보니 좋은 매니저의 도움이 필요한 선수들이 눈에 보이더라"며 "그동안 선수들이 열심히 공을 쳐서 세계 일류가 됐지만,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화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이지연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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