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정치의 영원한 철칙이다. 경제가 무너지면 민심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 한국은 0%대 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 정치내란보다 무서운 것은 경제대란이다. 경제는 언제나 민심의 거울이다.
선거는 투쟁으로 이겼을지 몰라도, 국정은 실력으로 이끌어야 한다. 선거에 기여한 인물이 아니라, 경제에 기여할 인물이 인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말 잘하고 충성심 높은 사람보다 위기를 읽고 숫자를 아는 전문가를 중용해야 한다. 정치적 막말은 선거에선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 그 투사들은 물러나야 한다.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 정책과 경제가 중심이 되는 행정의 시간이 시작되어야 한다.
완벽한 권력은 위험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상하원과 백악관을 장악한 '트리플 크라운'으로 주가, 금리, 환율의 동반 폭락을 초래했다. 동맹국들은 하나둘 펜스시터로 돌아섰고, 시장은 불안을 표출했다. 정작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공감능력이 떨어진 지도자는 국민과 멀어지고, 결국 정치와 경제 모두를 위기로 이끈다. 새 정부는 트럼프와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는 이롭다. 민심의 쓴소리를 듣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잘 들을 줄 아는 정권'이다.
세계는 경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메이드 인 USA'를 외치며 자국 중심 생산으로 돌아섰고, 중국은 '소비 중심 성장'을 선언했다. 30년간 한국은 대미 소비재, 대중 중간재 수출 모델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 공식을 이제 폐기해야 할 시점이다. 새 정부는 대미 중간재, 대중 소비재 중심의 공급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전략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다. 이 숙제를 잘못 풀면 한국 경제는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출제자 앞에 놓인 해답은 전문가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가 아닌 전략, 충성이 아닌 실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모든 정부는 출범 100일에 승부를 건다. 한국 경제는 내수불황과 수출 감소라는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모두가 자기 중심의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 사이에 낀 채 방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제는 대선 축하행사보다 대응이 급하다.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읽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으면 새 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가 운영은 결국 신중함과 일관성의 예술이다. 정권의 안정성은 정책의 일관성에서 나온다. 과거처럼 인수위 없이 급히 출범한 정부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오늘이 아니라 5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포퓰리즘 인사나 즉흥적인 정책은 표는 얻을지 몰라도 곧 민초의 분노를 부를 것이다. "표를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말이 다시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는 지금, 경제를 굽는 심정으로 국정을 시작해야 한다. 생선 굽듯 신중하게, 과하지 않게, 조급하지 않게. 정치적 소란을 뒤로하고 실력과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 글로벌 질서에 발맞춘 정책, 민심의 온도를 느끼는 감각이 절실하다. 오늘의 정권이 내일의 평가를 받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국민이 자랑스러워 할 5년이 되려면 지금 생선을 굽는 그 마음으로 출발하길 바란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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