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4일 출범했다. "최근 수십년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 세계 4대 방산국 등과 함께 상법 개정, 노조법 개정(노란봉투법), 정년연장 등 메가톤급 법안 추진이 예고된 상태다. 선거 전 재계 관계자는 "대선판이 기울어져 이미 비상대응체제"라고 토로했다.
이달, 늦어도 다음 달에는 역대 정부가 그랬듯 새 정치권력과 기업의 '관계설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MB는 취임도 하기 전인 당선 9일 만에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를 찾아 주요 기업인들과 '도시락 오찬 간담회'를 가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11일째 되는 날 기업인들과 공개 만남을 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틀에 걸쳐 총수들과 와이셔츠 차림으로 '호프미팅'을 했다. 탈권위를 상징화했다고 해서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의 반 타의 반' 일부 기업 총수들은 회동 직후 투자·고용 등 모아서 발표할 만한 것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했으니 말이다.
이번엔 총수들의 봉투가 초라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삼성전자, LG, SK, 포스코, 롯데 등이 비상경영 체제이거나 사실상 비상경영에 준하는 상태다. 과거와 같이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더 고용하겠다"는 선물봉투는커녕 계엄 및 탄핵 후 국정중단에 따른 대정부 민원집을 제출해야 할 판이다. 근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이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매우 많다는 뜻이다. 장면 전환이 필요한 때다. 기업인이 아닌, 대통령이 '선물봉투'를 준비할 때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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