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체코 전력 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금지한다는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함에 따라 본계약 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
체코 신규 원전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자국 최고행정법원에 가처분 결정 취소 항고장을 접수한지 16일 만이다.
체코 최고행정법원은 4일(현지시간) 지난달 브르노 지방법원의 계약금지 가처분 결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체코 CTK통신이 보도했다.
한수원과 발주사인 EDU Ⅱ는 애초 지난달 7일 최종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식 하루 전 이번 계약의 경쟁상대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낸 가처분 신청을 브르노 지방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서명식이 무산됐다.
EDF는 입찰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을 줄곧 트집 잡아 왔다. 한국 정부가 한수원에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을 왜곡했다거나, 한수원이 제시한 조건들이 비현실적임에도 발주처인 CEZ의 자회사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계약의 적절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발주사와 한수원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 당사자의 의견만 인용하고 다른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가처분을 결정했다고 주장하며 항고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인해 계약이 지연되면서 원전 신규 건설 프로젝트의 전체 일정도 위태로워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가처분 취소 결정은 한수원과 발주사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판결로 EDUⅡ와 한수원 간 본계약 체결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브르노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직후 최고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하는 한편, 가처분 결정 취소에 대비해 신속히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체코전력공사(CEZ)와 한수원 간 신규 원전 2기 계약을 사전 승인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소송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체코 신규 원전과 관련한 법적 소송은 크게 '가처분 항소'와 '본안 소송'이라는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브루노 지방법원이 계약을 금지한 가처분 결정에 대해 최고행정법원이 효력을 취소한 것으로, '본안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본안 소송에서는 체코의 공공조달 절차와 입찰 공정성 등을 둘러싼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체코 정부의 정치 일정도 변수다.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 체결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계약이 10월 체코 총선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체코 공영 라디오주르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기간 중 한수원과 두코바니 원전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우리에게 달려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체코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피알라 총리는 "정부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계약을 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측 입찰자가 법원에 갔기 때문에 이제 이 문제는 법원의 손에 달려 있다"며 "이 문제를 결정할 사람이 누구든 이 문제의 전략적, 안보적, 경제적 중요성을 알고 있어 법원이 신속하게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한수원은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가처분 파기 결정을 환영한다"며 "체코 측에서 신속하게 계약 체결을 진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체코 신규 원전 수주 입찰에서 탈락한 EDF는 체코 법원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도 한수원이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어겼다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은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MW)급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약 24조~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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