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4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난제를 만났다.
이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즉각 시작하면서 사실상 '올스톱'했던 한미 정상외교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이미 상당부분 늦어져버린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올 수 있을지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기업에 비해 관세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계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관세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마주한 '철강관세'…통상환경 갈수록 '팍팍'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일 오후 1시 1분(현지시간 4일 0시 1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같은 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관세 폭탄'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철강,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자동차 부품 생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중소기업 수출 10대 품목 중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10억 4000만 달러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뿐만 아니라 오는 7월 9일부터는 국가별 상호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은 기본관세 10%에 상호관세 15%를 더해 총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대외 환경 취약한 中企…"새 정부, 조속히 협상해야"
중소기업계는 새 정부가 조속히 대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에 협상이 늦어질수록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1분기 기준 대미 수출은 45억 달러(약 6조 1600억 원)로 중소기업 수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된다면 당장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출 물량 감소나 수주 계약 지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미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철강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위기가 현실화한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중소기업의 철강 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8%, 알루미늄 제품 수출액은 7.6% 각각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우려는 어느때보다 높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중소기업 수출 영향 분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1%는 25%의 상호관세가 매겨진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관세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전체 응답 기업 중 관세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20.4%에 그쳐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은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새 정부는) 첫째도 둘째도 미국과 조속히 핫라인을 개설해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李 공약 '경제안보점검회의' 역할 할까…일각선 '속도조절론'도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민관 공동 '경제안보점검회의'가 대미 협상에 있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안보점검회의에는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원활히 대응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장관에 더해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4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추문갑 본부장은 "사실상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거의 못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회의의) 논의가 통상 문제에 맞출 것"이라며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의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도 보고서를 통해 "민관 공동 경제안보점검회의를 통해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자체가 불확실성이 크고 상호관세에 대해 현지 법원이 제동을 건 만큼 대미 협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월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행정명령을 무효화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통상협상 전략 자체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한미 통상협상에 대한 속도 조절은 정책적으로 우월한 전략 방향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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