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뒤편서 빛난 만주 이주민들…'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
[신간] 한국 언론 130년史 기사 100편…'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독립운동 뒤편서 빛난 만주 이주민들…'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 좋은 기사의 스토리텔링 = 박재영 지음.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의 전모를 보도한 황성신문의 '오건조약청제전말'(五件條約請締顚末)과 1936년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감격을 시로 표현한 조선중앙일보의 '오오, 조선의 남아여' 등 130년 한국 언론사(史)를 빛낸 100편의 기사를 소개한 책이다.
기자 출신 언론학자인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책에서 한국에도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에 견줄 만한 '보물 같은' 기사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해방 직후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다룬 '남루초안으로 고국 부두에 금의환향은 옛말에만 그치던가'(1946년), 한국전쟁의 참상을 다룬 '수도고지의 탈환 전야 비분의 최후 수단'(1952년), 이승만 정부의 실정을 고발한 '폭력배에 짓밟힌 장충단 강연회'(1957년) 등도 좋은 기사에 포함됐다.
저자는 '세 차례 성폭행, 기억 안 난다'(2007년)와 '고양이 n번방, 인천 토리의 추적이 시작됐다'(2023년)는 각각 '사건 재구성'과 '미스터리 추적'의 교범으로 불릴만한 좋은 기사라고 소개한다.
이채. 496쪽.

▲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 = 서중석 지음.
지난 2001년 출간돼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의 대중판이 새로 발간됐다.
기자 출신 역사학자인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대중판에서 신흥무관학교로 대표되는 만주 지역 독립운동사는 무장투쟁만이 전부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만주의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자치기구를 운영하며 독립군의 무장을 지원한 망명자들이 독립운동의 든든한 배후였다고 말한다.
독립운동자의 아내, 며느리 등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여성 조력자들도 주목한다. 특히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의 '서간도 시종기', 이상룡의 손자며느리 허은의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김동삼의 맏며느리 이해동의 '만주생활 77년'을 통해 독립운동의 뒤편에서 가족과 생계를 책임지며 공동체를 지탱한 여성들의 고달픈 삶을 서술한다.
만주 독립운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 신흥무관학교 관련 내용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독립운동을 위해 오늘날 수조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처분한 이회영 일가와 아흔아홉 칸의 대갓집을 떠나 서간도로 이주한 이상룡 일가 등 신흥무관학교 설립자들의 삶을 상세하게 다룬다.
역사비평사. 476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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