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폭기 타격'에 러 핵공격 관측 나와
美일각서 "핵전쟁 가까이 갔다" 우려
사용시 완전히 고립…"준비징후 없어"
![[볼고그라드=AP·스푸트니크/뉴시스]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전력의 일부인 전략폭격기가 집중 공격당했기 때문에 핵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29일(현지 시간) 볼고그라드에서 열린 '위대한 유산-공동의 미래' 포럼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5.04.30.](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05/202506051122133412_l.jpg)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면서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에 반드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전력의 일부인 전략폭격기가 집중 공격당했기 때문에 핵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방과의 확전, 중국·인도 등 우호국 이탈 등 국제정치적 우려와 핵무기의 전술적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종합 고려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美일각서 '전폭기 공격, 러 핵공격 빌미 줘' 인식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거미줄(Spiderweb) 작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주요 인사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해 핵공격의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이면서 조기 종전을 압박해왔는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핵전력의 일부인 전략폭격기를 직접 공격하면서 전쟁이 다시 격화됐다는 것이다.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특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대방의 '핵 3대 요소(잠수함, 미사일발사대, 전략폭격기)를 공격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 수준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수석보좌관을 지낸 댄 콜드웰은 "미국은 이번 공격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전략 핵전력에 대한 공격을 직간접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찰리 커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2022년 (전쟁이) 시작된 이래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강화할 때 이미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검토한 적이 있다는 증언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 안보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가디언에 "러시아가 하르키우와 헤르손 근처에서 패배하자, 크렘린은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전선이 붕괴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를 공격할 가능성이 생기면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확률이 50%라고 믿었다"고 했다.
주요 외신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CNN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단순한 선전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며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략폭격기를 상당수 파괴한 것은 모스크바의 합법적 핵 (사용)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고 했다.
러시아 핵 교리에 따르더라도 핵전력의 대응 조치를 방해할 수 있는 주요 군사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핵 발사 조건에 해당할 수 있는데, 전략폭격기 집중 공습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배석한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31.](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05/202506051122153148_l.jpg)
◆"러 핵 징후 없어"…국제 고립·저효용 등으로 현실성 낮아
다만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장을 지낸 군사 전문가 마이클 클라크는 스카이뉴스에 나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꺼내거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어떠한 물리적 징후도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우선,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확전 자제를 설득해온 중국과 인도 등 핵심 우호국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방의 전방위 제재 이후 러시아는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과의 교역 확대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들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국가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가 전술핵을 쓰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 핵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지만, 역시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과 교역 재개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은 아예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군은 전멸할 것이라며 전면전 불사를 경고해왔다.
핵무기의 효용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원자력폭탄 수준의 전술핵 5~6개를 써야 우크라이나군 1개 여단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산개한 지상군 대신 인구가 밀집한 내륙 도시를 타격하면 셀 수 없는 인명피해가 예상되지만, 민간 도시에 대한 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끊어내기 위해 핵 공격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핵전쟁 연루 위험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다만 CNN은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핵 옵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우크라이나와 그 지지자들이 놀라운 성공에 기뻐하면서 굴욕당하고 부상당한 '러시아 곰'을 건드리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