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선 하루만에 이재명 대통령 소식 보도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초대 국정원장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대북 정책의 변화가 예고됐다.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장은 비밀리에 방북과 함께 남북 소통을 해온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 전 장관은 약 40년간 북한의 정치와 남북관계 등을 연구해온 베테랑 대북 전문가다. 이 대통령은 "전문성을 토대로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995년에는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맡으며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설계에 기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때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3월 NSC 사무차장으로 임명됐으며 2006년 2월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실세'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여파로 그해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세종연구소에서 수석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공직을 맡지 않다가 약 19년 만에 정부 당국자로 복귀하게 됐다. 이번 대선에선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의 좌장을 맡았으며 그간 이재명 대통령의 통일·외교 노선 수립에 깊이 관여해왔다.
남북 대화에 적극 나섰던 이 전 장관의 복귀는 이재명 대통령이 향후 대북 정책의 큰 그림을 소통으로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에대해 명확한 입장을 5일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는 아직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김영호 장관 체제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다른 윤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과 함께 일괄 사표를 제출했지만, 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의 사표를 반려했다.
통일부는 차기정부에서 대북 정책의 변화 전망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아직 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의 변화 전망을 묻는 질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정부 출범했기 때문에 새정부 남북관계는 앞으로 대국민 공약중심으로 정부내에서 심도있는 검토 과정이 있을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이 한국 21대 대선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에서 지난해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며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논평 없이 짧게 전했다. 북한 주민이 보는 대내용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6면에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동안 북한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 때는 선거 이틀 만에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윤석열이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진보나 보수를 언급하지 않고 지난 선거 때와 같은 시차를 두고 보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대남 무시와 완전 단절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당선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소식을 전한 것은 오히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높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에는 일주일 만에 이를 보도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선거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생략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만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한 2017년 제19대 대선에선 선거 이튿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소식을 전했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그 다음날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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