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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한국 관객은 내 음악 여정의 도착점"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7 16:42

수정 2025.06.07 22:24

양인모,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여는 여름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언제나 한국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무대에 설 때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좋은 음악을 들려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오는 7월 5~6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OSR)와 함께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인모니니' '인모리우스'로 불리는 양인모는 2015년 제54회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와 2022년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를 모두 석권한 아티스트. 화려한 기교와 내면의 성찰을 녹여낸 섬세한 해석력으로 각광받으며 유럽과 북미에 걸쳐 빠르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히고 있다. 그가 이번 무대에서 협연할 작품은 시벨리우스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독일 베를린 중심으로 음악 세계 넓히는 양인모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양인모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OSR에 대해 "연주 전부터 교감이 있었던 몇 안 되는 오케스트라"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 OSR과 연주한 건 2년 전 제네바였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하지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단원들과 리허설 전부터 음악적 대화를 많이 나눴다. 덕분에 훨씬 더 자유롭고 편안한 연주가 가능했다. 솔리스트에게 이렇게까지 열린 태도를 보이는 오케스트라는 드물다. 그래서 이번 무대가 더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OSR의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조나단 노트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인상 깊은 경험으로 회상했다. "시벨리우스는 리듬이 굉장히 복잡해서 지휘자들이 큰 박자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노트는 오히려 마디가 없는 것처럼 긴 프레이즈를 만들었다”며 “굉장히 음악적이고 선형적이고 수평적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단원들에게 분명하게 말하면서도 협연자를 배려한다. 내가 항상 어떤 경향으로 음악을 하는지 귀 기울여줬다”며 신뢰를 보였다.

“30대 코앞, 좀 더 자유롭게 나만의 해석 더하는 중”

시벨리우스 협주곡에 대한 해석은 한층 성숙해졌다. 콩쿠르 이후 핀란드 출신 이 음악가의 곡을 스무 번 넘게 연주하면서 기술적으로 곡에 정통해졌을 뿐 아니라 핀란드의 여러 오케스트라와 작업하며 현지 정서를 체화한 것. 양인모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드라마를 느꼈다"며 "또 예전엔 악보의 기호들을 절대적인 명령처럼 봤는데, 이제는 일종의 제안처럼 느낀다. 해석이 더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했다.

멘델스존 협주곡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저와 잘 맞다고 생각하는 작곡가”라며 "초등학생 시절 주니어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 이후 멘델스존 협주곡을 국내에서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너무 유명한 곡이라 오히려 조심스럽다. 그는 멘델스존 협주곡의 함정을 "나이스하기만 한 연주"라고 표현했다.

“곡 자체가 워낙 좋아서 연주자가 뭔가를 더하지 않아도 된다”며 “뭔가 특별한 해석을 넣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곡의 매력을 해칠 수 있다. 그런데 짧은 인생을 살다간 그의 음악을 보면 사실 굉장히 모험적인 면이 있다. 마지막 악장만 봐도 템포 마킹(곡의 빠르기를 지시하는 표시)이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라고 짚었다.

오는 7월이면 이제 30대가 되는 그는 연주자로서의 변화도 언급했다. "20대엔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이젠 정답보다는 나만의 해석을 찾으려고 한다”고 비교했다.

또 콩쿠르 우승을 목표로 내달렸던 20대엔 주로 혼자서 음악을 했다면, 두 번의 콩쿠르 우승 이후 연주 기회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악단,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하고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는 게 가장 큰 변화다.

"바이올린은 떼야 뗄수 없는 사이"

양인모는 오는 7월 말 영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축제인 BBC 프롬스 데뷔를 앞뒀다. 그는 "프롬스 무대에 서는 건 큰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또 하나의 특별한 프로젝트는 절친한 대만 작곡가가 양인모를 위해 작곡 중인 신작 연주다. 그는 “미국에서 같이 공부했던 대만 출신 작곡가가 협주곡을 만들어 다음 시즌에 공개할 예정인데, 선물 같은 느낌"이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작곡에도 도전 중인 그는 “매일 몇 마디씩 작곡한다"며 "내가 쓴 곡으로 연주하는 게 최종 목표지만, 작곡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신선한 관점을 얻고 있다"며 작곡의 효용을 언급했다.

“바이올린은 내게 정말 많은 감정을 주는 도구다. 저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더 오래 살 물건이기 때문에 항상 제가 조심하고 또 존중한다.
휴가를 갈 때도 가져가고 싶고 연습을 안 하더라도 그냥 옆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그 정도로 떼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런 그에게 바이올린 연주는 “매일 하는 일이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소명 같기"도 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