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내부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이임식을 갖고 임기 3년을 마무리했다. 강 회장 취임부터 '부산이전' 반대를 주장하며 투쟁해 온 노동조합은 같은 날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5일 오후 3시 은행 본관 대강당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 회장의 이임식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2022년 6월 취임한 강 회장은 이날 3년 임기를 모두 마쳤다. 산업은행 수장이 임기를 완주한 것은 1988년 김흥기 전 산업은행 총재 이후 37년 만이다.
이날 이임식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행사로 개최됐으며 산업은행은 강 회장의 이임사 전문이나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임사 일부를 요약해 배포했다.
강 회장은 이임사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구조조정 현안 마무리, 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 혁신 생태계 구축,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실제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한화그룹 편입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공적자금 회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삼으며 정책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는 등 창업 생태계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다만 KDB생명과 HMM이 매각에 실패하면서 강 회장에게는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또 윤석열 정부의 공약 사항으로 강 회장이 적극 추진했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역시 야당, 노동조합 반대, 정권 교체로 결국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날 이임식에서 강 회장은 임직원에 대한 당부 사항으로 △미래를 늘 염두에 두고 업무에 임할 것 △AI 기반 산업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줄 것 △'더 큰 한국산업은행'을 위해 힘써 줄 것을 강조했다.
강 회장의 이임식이 진행되던 그 시각 산업은행 본관과 별관 사이 공원에서는 은행 노동조합이 마련한 푸드트럭에서 직원들에게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나눠 주고 있었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저지 투쟁 3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강 회장 취임부터 시작한 부산 이전 반대 투쟁이 그의 퇴임에 맞춰 3주년이 된 것이다.
노동조합은 투쟁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마카롱을 배송하기도 했다. 일종의 투쟁 승리 세리머니인 셈이다.
노동조합은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 의견을 밝힌 만큼 이전 추진이 종료됐다고 보고 새 회장에게 부산 이전 조직·인원의 복귀, 지방 이전 공공기관 명단 제외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강 회장의 퇴임으로 김복규 산업은행 전무이사(수석부행장)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후임 회장은 새 정부의 금융당국 인선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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