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기업가치 극대화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큰 국내 기업 현실을 반영해 지배구조 개편이란 채찍과 세제 혜택이란 혜택이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5일 '새 정부의 자본시장 발전 과제와 추진 방안'이란 주제로 창립 32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회사의 주가가 올랐을 때 지배주주의 이해와 일치가 안 되면 공염불이다.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중요하다 본다"며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대신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유인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배당소득은 15.4%(지방세 포함)의 기본세율에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9.5%까지 금융소득종합과세로 과세한다. 국내 상장기업은 최대 주주가 경영까지 참여하는 경우가 다수라 높은 세율이 배당을 주저하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병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세수 기반이 취약해지고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 등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가 필요해보인다"면서도 "철학적 측면에서 배당소득을 이자소득과 완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밸류업 성공을 위해선 '주주환원'보다 '기업가치 극대화'가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자본비용'이 전면에 선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주환원'이 곧 밸류업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주주환원은 수단이 되어야 할 뿐 M&A, 설비투자 등을 비롯한 재투자로 기업가치가 오르고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단계적 기금화 필요…국민연금 고갈 시 수요 기반 대체"
퇴직연금 단계적 기금화가 추진될 경우 향후 국내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 전 의원은 "퇴직연금 기금화가 가져오는 전략적자산배분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며 "단계적 기금화로 가입률이 올라가고 임금 상승효과까지 동반되면 엄청난 수요 기반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대로 국민연금(8%)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동성 자금을 제외하곤 100% 투자 자산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포트폴리오의 90%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치중된 구조 때문이다. 이 구조를 바꿔보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했지만 투자자들의 원금 보장형 추구 성향과 높은 중도 인출 비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자가 금융사에 돈을 맡겨 운용 방식을 지시하는 현 '계약형' 방식에서, 국민연금처럼 돈을 한데 모아 전문가가 관리하는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민주당 내부에서 단계적 기금화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이번 정부에서 긍정적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자본시장 측면에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이 차지하던 수요 기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40년부터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서 최근 해외·대체투자 확대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국내 주식시장 수요 기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2055년 1858조원~359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규모의 측면으로 봤을 땐 큰 문제 없이 2040년 수요 기반 측면에서 국민연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위원은 "지금 상태론 어렵다"면서 "퇴직연금 90%가 원금 보장형에 기대는 식으로 운용되면 퇴직금 적립금 늘어나는 속도는 늘지 않고 국민연금 대체 수요 플레이어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며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슈퍼에뉴이에이션' 제도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위탁운용 얘기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여러 개 기금형펀드 중 하나를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쟁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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