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단순한 기호였던 매운맛이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맵부심', '맵덕'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매운 라면, 떡볶이, 불닭, 족발 등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자극적이고 강렬한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매운맛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작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으나 과도하게 섭취 시 염증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매운맛을 포기할 수 없다면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정량을 즐기고 다양한 영양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캡사이신은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켜 일시적 각성을 일으키고 집중력이 강화된다. 강한 자극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매운맛을 찾게 되는 배경이 된다.
그러나 과도하게 매운맛을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캡사이신은 위산 분비를 자극해 위 내 산성 환경을 강화시키며, 이로 인해 속 쓰림, 복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과 위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가슴에 통증과 쓰림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심해지면 식도염, 식도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직접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염증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위 점막이 약한 사람, 또는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기저 소화기 질환이 있는 경우 매운 음식 섭취는 복통, 위경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장운동 항진으로 설사가 유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해 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목격된다.
그래도 매운 음식이 당긴다면 섭취 시 공복 상태를 피해야 한다. 또한 소량부터 천천히 섭취해 위장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나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섭취해 영양 균형을 유지하고 위장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운 음식을 먹었다면 3일 정도는 자극적인 음식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권장된다.
김재한 대동병원 내과 과장(전문의)은 "건강한 성인이 적당히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도한 섭취는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며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과장은 "미각은 단순한 맛의 경험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건강과도 밀접한 감각"이라며 "매운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균형 있게 즐기며 영양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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