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정치권서 제동
세계는 우리를 앞서는데
정규 교육과정서 못배워
세계는 우리를 앞서는데
정규 교육과정서 못배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공약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미 성큼 다가온 AI, 그리고 AI를 내장한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대를 잘 살아내기 위한 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정치권이 AI교과서를 전면 도입 또는 전면 거부라는 양극단으로 대해서는 절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AI교사, AI교과서, AI참고서, AI로 운영되는 메타버스 강의실, AI시험, AI면접, AI와 인간의 협업활동 등 교육의 전 과정에 AI 도입이 시도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그 교육적 효과가 다양한 교육적 여건하에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서둘러 연구도 하고 경험도 해 보아야 한다. 마치 인터넷PC를 학교 교실에 처음 들이던 1990년대와 같이, 우리는 감당 가능한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AI의 다양한 교육적 적용을 시도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키우고, 부정적인 부분을 줄이며 경험치를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는 결코 시간을 미룬다고 해서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당장 모두에게 동일한 AI교과서를 배부하는 방식의 전면 도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학생 수준과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버전의 AI교사와 조교, AI교과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보고 거기서 드러나는 부정적 측면을 최단시간에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미 AI기술이 교육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그것의 정규교육과정 도입을 미루는 것은 오히려 우리 학생들을 퇴보시킬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용 도서'인지 '소프트웨어'인지 아니면 '교육용 자료'인지를 갖고 다투고 있는 사이에 우리 학생들은 유치원에서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습관적으로 생성형AI를 이용하고 있다. 교수나 교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AI 제미나이에 '적의 우주선을 대포로 쏘아 맞히는 3D 게임을 만들어줘'라고 명령하면 순식간에 게임이 만들어지는 시대다. '성균관대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리포트를 작성해줘'라고 명령하면 퍼플렉시티AI의 딥리서치 기능이 국내외 자료를 취합해서 심층 리포트를 10분 안에 만들어 내는 시대다.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학생들은 어느새 AI에 중독(과의존)되어 가고 있다. 배움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선생님이 부여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선후배에게 묻고, 벤치에 앉아 생각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도서관에서 문헌을 찾고,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황과 모색의 시간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 학생들은 그 소중한 시간을 건너뛰고 바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AI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우수한 학생은 AI의 다양한 정보를 다른 정보와 큐레이션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적절히 소화해 내는 역량 덕분에 더 우수해지는 반면, 학업성취가 부진한 학생은 AI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면서 자기계발의 기회를 계속 놓치게 되어 두 그룹의 학생 간 간격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학업효능감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AI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강하며, 그러한 환상 때문에 AI에 의존하게 된다. 이들은 AI의 가짜정보(환각)를 구별해내지 못하므로 오히려 AI 때문에 더 잘못된 지식을 갖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부르짖었기에 인터넷 선도국 대한민국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런데 AI를 중심으로 한 지능화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우리는 AI 선도국의 지위를 취할 수 있는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AI서비스와 기존 정보소스를 잘 조합해서 자신만의 식견을 정립해가는 연습을 정규교육 내에서 할 수 있는 AI큐레이션 교육을 도입하는 일이 시급하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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