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탑승 수속하는 승객들의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승객들이 부치는 가방 등 위탁 수하물을 유료화하는 항공사들이 늘면서 이 같은 비용 부담에 소비자 단체와 정치인들까지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과거에는 항공권을 구매하면 수하물 수속뿐만 아니라 좌석 선택, 기내식이 모두 기본적으로 제공됐으나 저가 항공사들이 등장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영국의 저가항공사(LCC)인 플라이비(FlyBe)가 가장 처음으로 지난 2006년부터 위탁 수하물을 유료화하자 다른 LCC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으며 국적 항공사들이나 기존 항공사들도 단거리 노선에서 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항공사 중에서는 2008년 아메리칸항공이 국내선에서 수속 가방 1개당 15달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아이디어웍스의 제이 소렌슨은 LCC들로부터 받는 경쟁으로 인해 기존 항공사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 항공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 항공사들은 수하물 수속 비용으로만 연 72억7000만달러(약 9조8800억원)를 거두고 있으며 액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까지 유료화하자 비행기에 직접 갖고 탈 수 있는 작은 가방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공항을 이용한 한 여성 승객은 옷가방을 부치는데 200캐나다달러(약 19만8000원)를 지불해야 한다며 작은 가방을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영국 가방 업체 앤틀러의 커스티 글렌 이사는 온라인으로 작은 가방을 구매하려는 검색이 급증하고 있으며 “미치듯이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는 기내 반입이 허용되는 가방 규격에 대한 동영상들이 증가하면서 작은 가방 구매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에 따르면 수하물과 라운지 사용, 좌석 업그레이드, 식음료, 와이파이 사용료 등으로 올해 예상되는 승객들이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이 1450억달러(약 196조원)로 지난해의 1370억달러에 이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정치계에서도 이 같은 비용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추가 비용을 ‘정크 비용(junk fee)’라고 부르고 있으며 지난해말 항공사 총수들이 연방 상원 청문회로 불려가기도 했다.
작은 가방을 사용해 비용을 피하려는 것도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BBC는 이제 항공사들이 비행기에 직접 갖고 타는 가방까지 돈을 받기 시작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LCC 라이언에어는 좌석 밑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만 무료로 허용하고 있고 더 큰 것은 가방당 6파운드(약 1만660원)를 부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더 많은 유럽의 항공사들이 작은 가방까지 유료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유럽 소비자단체인 BECU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직접 들고 다니는 가방은 무게와 규격, 보안 요건을 충족할 경우 비용을 부과할 수 없다는 2014년 EU법원의 판결을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의 저가 항공사 인디고(IndiGo)는 수속하는 가방에는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네덜란드 KLM 항공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디고 CEO 피터르 엘버스는 인디고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며 긴 줄과 가방 무게를 놓고 게이트 앞에서 실랑이 같은 것은 볼 수 없다고 자랑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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