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대통령 경호 갈등, 그리고 박관천 [박응진의 참견]

뉴스1

입력 2025.06.06 06:04

수정 2025.06.06 06:04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기 위해 4일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로텐더홀로 이동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기 위해 4일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로텐더홀로 이동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박관천 대통령경호처 차장 내정자. 2017.10.2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박관천 대통령경호처 차장 내정자. 2017.10.2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편집자주]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발생하는 사건·사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들 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참견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선서 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로텐더홀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경찰 전담 경호대 소속 경호원과 대통령경호처 소속 경호원이 서로를 밀치며 실랑이를 벌인 것. 그날 대통령실에선 양측 경호원이 멱살잡이를 하며 한층 격하게 충돌했다는 풍문도 돌았다.

양측 갈등의 시작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저지하고자 대통령 경호 임무를 맡은 101경비단, 202경비단, 22경호대 등 경찰력을 동원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경호처 수뇌부는 경찰력이 뜻대로 동원되지 않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그 이후로 경찰에 업무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경호 임무를 위해 편성된 경찰 부대를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이다.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대통령 집무실 경내에서 한솥밥을 먹는 101경비단에 대한 경호처의 크고 작은 냉대는 물론이고, 경호처가 일부 경찰 부대와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 때도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경호처가 돌연 22경호대에 6일 현충일 행사 땐 와달라고 요청했다. 22경호대가 체포영장 집행 갈등 이후 약 5개월 만에 대통령 경호 임무에 함께 한 것이다.

다만 이를 놓고는 로텐더홀 실랑이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 전담 경호대가 철수하면서 생긴 공백을 일부 메우는 수준으로 22경호대에 인력을 요청한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22경호대가 다시 대통령을 곁에서 지키게 됐지만, 정작 22경호대 인력이 충분히 동원되지 않고 본연의 임무도 부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경호처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한다.

로텐더홀 실랑이가 벌어진 날, 또 하나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박관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이 경호처 차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인물이다. 박 내정자가 정식으로 임명되면 군인 출신 황인권 경호처장과 함께 비(非)경호처 출신 투톱을 맡게 된다.

박 내정자는 경호처 안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제복을 입고 있을 때 101경비단에 몸담아 경찰과 경호처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 사저를 놓고는 경호처와 한 차례 입씨름을 하기도 한 박 내정자이다. 대가 센 것으로 알려진 그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한 경호처 내 '강경파' 라인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경호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계기로 '경호처 폐지'를 시사했던 이 대통령은 한 발 물러나 경호 지원 인력 감축과 경호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약속한 상황. 대통령 개인의 사병(私兵)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받은 경호처에 대한 수술이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