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주식을 담기 시작했다. 탄핵 정국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이 완화된 지난달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2695억 원을 사들였다.
계엄과 탄핵정국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10일부터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불거진 올해 4월까지 18조 2320억 원 팔았던 것을 고려하면 정반대 흐름이다. 특히 관세 공포가 커졌던 지난 4월 1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은 8조 원 넘게 처분하며 증시 폭락을 부추긴 바 있다.
다행히 미국의 관세가 유예되고, 한국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시장 불확실성은 완화되고, 자본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실제 대선 다음 날인 지난 4일에는 1조507억 원을 사들이며 연중 최대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5일에도 9162억 원을 더 담았다.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7일 '한국-지금이 상승세의 시간(Korea-Time for upside is now)'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주식에 대한 매수를 권고했다. 저렴한 가격과 외국인 지분율이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
1400원대 중반을 웃돌던 달러·원 환율도 1300원대 중반으로 내려가면서 부담이 줄었다. 전일 달러·원 환율은 1358.4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수급 개선 동력으로 작용했다.
컴백한 외국인이 지난달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다. 2조 1678억 원이나 담았다. 인공지능(AI) 시대 속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투심으로 연결됐다.
원전 주도주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변압기 생산업체인 효성중공업(298040)도 각각 6340억 원, 3966억 원 사들였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267260)(2768억 원), 한국전력(015760)(2417억 원), 삼성중공업(010140)(2356억 원), 현대로템(064350)(2215억 원) 순이다.
국민주인 삼성전자(005930)는 5월에는 1조 2778억 원을 처분해 순매도 종목 1위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4531억 원 순매수했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전일 약 11개월 만에 2810선까지 올라섰다. 장중 2830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국내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고, 상법 개정 등이 속도를 내면서 당분간 투자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관세 부과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속 추경 등 재정 정책 기대와 원화 강세 요인 등으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됐다"며 "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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