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5번째 외침에도 묵묵부답…미아리 성매매 종사자들 '막막'

뉴시스

입력 2025.06.06 07:02

수정 2025.06.06 07:02

재개발은 속도내는데 보상은 제자리…내몰리는 성매매 여성 '보호시설 입소시 월 35만원 지급' 언급…"현실적 대안 아냐"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미아리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가 5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인도에서 이주 대책 마련 촉구 집회에 나서고 있다. 2025.06.05.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미아리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가 5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인도에서 이주 대책 마련 촉구 집회에 나서고 있다. 2025.06.05.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살 권리'를 외치는 미아리 성매매 종사자들의 집회가 35번째 이어졌지만, 성매매 집결지 철거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전날(5일) 오전 9시께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미아리텍사스'에서 일하던 종사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 철거에 따른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날로 35번째 집회를 이어갔다.

현장에는 종사자들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개인 연대자 등 30여명이 모였다. 성북구청 옆 임시천막에는 '성북구청은 우리미아리 성노동자들의 이주에 대해 왜 침묵하는가', '우리는 살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붉은 머리띠를 맨 종사자들은 "알몸으로 쫓겨났다. 이게 정상이냐"며 "성북구청은 현실에 맞는 이주대책을 강구하라"고 외쳤다.

종사자 김모씨는 "보상은커녕 월 35만원 지원을 조건으로 보호시설 입소만 요구받고 있다"며 "감옥도 아니고 이게 현실적 대안이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종사자 A씨는 "구청은 조합에, 조합은 구청에 책임을 떠넘기며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명도집행(강제 철거) 이후 약 50일째 이들은 반려견과 함께 찜질방, 지인의 집 등을 오가며 머물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형태의 지원금도 받지 못한 가운데, 곧 본격화될 철거에 앞서 생계와 주거 모두가 막막한 상태다.

이들에게 제시된 공식 지원책으로는 '보호시설 입소 시 월 35만원 지급'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격리수용에 가깝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어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에 함께한 '주홍빛연대 차차'의 여름 활동가는 "청량리·천호동 집결지 폐쇄 때도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사라진 여성들이 다시 성매매 업소로 가거나 해외로 떠났다"며 "이번만큼은 다르길 바라는 마음에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성북구청이 민간 재개발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인허가를 승인한 주체로서 면담 한 번 없는 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성북구는 2017년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도 관련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조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성매매 여성에게 생계비와 주거이전 비용, 직업훈련, 교육비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지만 현실 적용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는 '신월곡 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라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부터는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3차 구역 철거가 시작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에도 붉은 불빛이 이어져왔던 '미아리텍사스'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떠날 채비가 끝난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운영 중인 일부 업소는 '생계를 유지할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종사자 A씨는 "아직 업소는 운영 중인 곳도 있고, 닫은 곳도 있다"며 "언제 강제집행이 들어올지 몰라 하루하루를 맘 졸이며 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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