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불을 지고·조연 여배우
[신간] 굴곡진 홍콩 역사 속 두 남매…장편소설 '동생'등에 불을 지고·조연 여배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동생 = 찬와이 지음. 문현선 옮김.
탄커이가 열두 살이었던 1997년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고, 남동생 탄커러가 태어난 것.
이후 탄커이는 동생이 태어난 때를 떠올리며 "나는 탄커러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한다. 두 남매는 그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라 서로에게 각별하다.
홍콩에서 2014년 이른바 '우산 혁명'이 벌어지자 젊고 혈기 넘치는 탄커러는 시위 현장에 달려가려 하지만, 직장인인 누나 탄커이는 동생이 다칠까 걱정돼 그를 만류한다.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부터 우산 혁명이 발생한 2014년까지 시대의 혼란 속에서 서로를 보호하는 두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찬와이는 홍콩 영화 '첨밀밀' 각본 작업에 참여한 각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직접 우산 혁명에도 참여하는 등 자국 정치 현실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으며 2018년 대만으로 이주했다.
민음사. 308쪽.

▲ 등에 불을 지고 = 김혜빈 지음.
사진 촬영기사인 호연은 평소처럼 하루 일을 마무리하던 중 동생 호수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인쇄소에 불이 났고, 안에서 아버지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다급한 소식이다.
이 화재로 아버지는 심각한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다. 호연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다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정말 저희 아버지가 맞나요?"라고 묻는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찾는 사이 사람들의 관심은 불이 나기 직전 인쇄소에서 마지막으로 찍고 있었던 책에 쏠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인 작가의 첫 소설이 화재를 불러왔다는 괴소문이 퍼진다.
진실과 소문, 인간 내면의 불안감을 섬세하게 포착한 김혜빈의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언뜻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인물들 사이 연관성이 밝혀지거나 각 인물이 품은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며 흥미를 더한다.
사계절. 280쪽.

▲ 조연 여배우 = 등구운 지음. 이기선 옮김.
황청은 일본 여배우와 닮았단 이유로 우연히 대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주연을 맡지 못하고 조연 배우에 머문다.
일터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황청은 자신이 늘 조연인 것처럼 여긴다. 황청보다 열두 살 많은 언니 황첸이 늘 완벽한 모습으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연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성찰한 장편소설이다. 주연이 되지 못하는 황청의 상실감과 조급한 심리, 그러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했다.
저자 등구운은 대만의 배우이자 소설가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이 소설에 담았다. 등구운은 실제 배우 전지현과 닮았다는 이유로 한 광고 촬영에서 전지현의 대역을 맡으며 배우로 데뷔했다.
글항아리.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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