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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후보 '어쩌면 해피엔딩', K뮤지컬 인식 바꿀 것"

연합뉴스

입력 2025.06.06 08:01

수정 2025.06.06 08:01

2023년 토니상 받은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만 인터뷰 "관객 입소문 타며 성공" 'K뮤지컬국제마켓' 참석차 방한…"한미 뮤지컬 산업 교류 이제 시작"
"토니상 후보 '어쩌면 해피엔딩', K뮤지컬 인식 바꿀 것"
2023년 토니상 받은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만 인터뷰 "관객 입소문 타며 성공"
'K뮤지컬국제마켓' 참석차 방한…"한미 뮤지컬 산업 교류 이제 시작"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만 (출처=연합뉴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만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어쩌면 해피엔딩' 창작진은 이번 후보 지명만으로도 브로드웨이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거예요. 저는 나아가 이 작품이 한국 뮤지컬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 토니상을 받은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만은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일으킨 돌풍이 이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브로드웨이 현장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인기를 얻어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이 작품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서스만 프로듀서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특유의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며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들 사이에서 진심을 담은 후기가 입소문으로 이어지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서스만은 지금까지 네 차례 토니상 후보로 지명됐고 한 차례 수상에 성공한 프로듀서다.

유대인 신혼부부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퍼레이드'(Parade)로 2023년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을 받았다.

그는 이달 2∼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최하는 'K-뮤지컬국제마켓' 강연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스만은 2019년 동료 프로듀서 세 사람과 함께 '비즈니스 오브 브로드웨이'(Business of Broadway)라는 교육 기관을 설립해 예비 프로듀서들에게 뮤지컬 산업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출처=연합뉴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출처=연합뉴스)

교육에서 작품마다 성공 공식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서스만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경우 입소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앞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또 다른 한국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서스만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초반 수익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관람객들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공연을 알리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며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소재를 활용했기에 출발 지점이 달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두 작품 모두 스타 배우를 등장시킨 것도 주효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TV에서 이름을 알린 대런 크리스가 출연했고, '위대한 개츠비'는 유명 뮤지컬 배우 제레미 조던이 티켓 판매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오는 8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는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를 원작으로 한 '데스 비컴스 허'(Death Becomes Her), 주크박스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등 쟁쟁한 후보들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한다.

토니상 투표권을 가진 서스만 프로듀서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좋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토니상 후보 지명과 수상 경력은 향후 업계에서의 위치를 바꿀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K-뮤지컬국제마켓'서 강연하는 서스만 프로듀서 (출처=연합뉴스)
'K-뮤지컬국제마켓'서 강연하는 서스만 프로듀서 (출처=연합뉴스)

서스만은 이번 토니상 시상식을 기점으로 향후 한국과 미국 뮤지컬 산업이 더욱 긴밀하게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적은 수의 등장인물로도 탄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국 뮤지컬이 미국 시장에서 강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에서는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게는 2천500만달러(한화 34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다"며 "제작자 입장에서 적은 수의 출연진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품은 돋보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노리는 한국 프로듀서들에게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뛰어난 계획과 좋은 작품이 있어도 극장주와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작품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서스만은 "브로드웨이 산업은 관계 중심적"이라며 "브로드웨이 극장은 41개뿐이고, 공연을 올리려는 수요는 많은 상황에서 결국 극장주와 신뢰를 빠르게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공연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서스만은 다시 한국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조명한 '서프스'(Suffs) 등 자신이 프로듀싱한 뮤지컬을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뮤지컬을 제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관객과 소통한다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한국과 미국의 뮤지컬 산업 간 교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철 서스만 프로듀서 (출처=연합뉴스)
레이철 서스만 프로듀서 (출처=연합뉴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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