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철학·수학과 등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 중단
동국대는 전임교수 부족 문제로 학생들 폐과 우려
"AI 시대, 철학적 사고 더 중요…근시안적 접근 안돼"
![[서울=뉴시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DB) 2025.06.07.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07/202506070701068550_l.jpg)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임채영 인턴기자 = "모두가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철학을 배우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학생들의 선택권만큼은 존중해달라는 것이 과한 욕심인가요?"
대학의 재정난 심화와 취업률 중심의 대학 평가가 맞물리면서 인문 계열, 기초과학 학과들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현상이 수도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명지대는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철학·수학과 등의 모집 단위를 폐지하고 경상·통계학부, 융합 소프트웨어 학부 등의 모집 단위를 신설했다.
철학과는 오는 2030년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다.
명지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김예서(21)씨는 "AI 윤리, 교육의 파행, 노사갈등 등이 인류 전체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논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기르는 곳이 철학과이다"라며 폐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국대에서는 철학과, 사회학과에서 재직 중인 전임교수가 1~2명에 불과해 이들이 퇴임한 이후 사실상 학과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사회학과는 전임교원 채용이 진행 중이고 철학과도 올해 9월 채용 예정"이라며 "대학원 철학 상담 전공 신설 등 철학과 유지 및 발전 계획이 수립돼 있다. 폐과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만성적인 교원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폐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여전히 나온다.
동국대 사회학과 재학생 A씨는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할 학교가 상업적 발전만을 중요시해선 안 된다"며 "순수학문이 없는 대학은 더 이상 종합대학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구가톨릭대, 경남대, 청주대 사회학과가 이미 수년 전부터 학부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서 폐과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한 대구대 사회학과에서는 지난해 11월 사회학과 장례식 '메모리얼 파티' 학술제를 열기도 했다.
인문계열, 기초과학 학과의 존폐가 위협받는 현상에 대해 학계는 취업률 등 당장의 실용적 가치에 국한된 한국사회의 근시안적 학문관을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당국이 취업이나 경제적 잣대에 따라 학문적 존재의 필요성을 따지는 일련의 상황은 한국 사회가 대학 또는 학문에 대한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준상 명지대 철학과 교수도 "철학은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과학 발전에 따른 여러 윤리적·논리적 문제를 쫓는 학문"이라며 "AI 시대에 철학은 오히려 더 필요한데, 당장의 취업률 통계 등으로 철학이 무용하다는 인식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초학문 존속을 위한 방안으로 전공 폐과 이후에도 교양 수업이나 타 학과 연계 강의를 통해 철학과 사회학의 가치를 대중에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교수는 "교양 수업이나 연계 교육을 통해 사회학이나 철학의 학문적 가치를 확장하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기초학문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해당 학문의 필요성을 대중에 설득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정부 역할론을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