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현시내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 미얀마의 위기는 언제쯤 종식될 수 있을까? 지난 3월 28일 미얀마에서 일어난 7.7 규모의 강진은 4월 28일 기준 총 3770명의 사망자와 5106명의 부상자, 106명의 실종자를 남겼다.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이끄는 군정은 지진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휴전을 선포하고도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시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버마정치범지원협회(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Burma)에 따르면 2021년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부 정권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2025년 5월에 6700명을 넘었다. 자연재해만큼이나 군부독재, 그리고 내전으로 인한 인재가 복합적 위기의 악순환 굴레에 미얀마를 잡아두고 있다.
미얀마의 복합적 위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천재와 인재로 나눌 수 있다.
미얀마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라와디강을 비롯한 다수의 대형 강과 지류는 몬순과 같은 장마철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를 지속해서 당해왔고 미얀마 연안 지역은 나르기스와 같은 사이클론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힘은 인간에게 있고 천재에 대한 인간의 저항과 대응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힘은 국가에 있다. 하지만 미얀마는 천재에 대한 인간과 국가의 대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해왔다. 최근 3월 지진의 진원지로 알려진 만달레이-사가잉 지역은 이미 2012년 6.8 규모의 강진을 경험한 바 있다.
역사적 기록을 봐도 이 지역에서의 강진은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10~20년 주기로 이어져 왔는데, 재난에 대한 기초 연구조차도 미비하다는 것은 천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가 미얀마에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얀마에서의 '국가'의 부재는 거듭되고 있는 인재로도 설명될 수 있다. 1962년 네 원의 쿠데타 이후 군부독재가 지속되면서, 미얀마 연방공화국이 '국가'가 아닌 군부 정치인의 수익모델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당연히 총 2129㎞의 국경선을 공유한 중국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함께할 가장 긴밀한 파트너인 미얀마에 대해 끊임없는 구애를 해왔지만, 중국의 우호 정책은 미얀마의 현 군부정권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함정으로 가득하다.
이 중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사항이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주변 국가와의 국경분쟁 가능성이다. 중국의 윈난성과 및 닿아있는 미얀마의 샨주에는 타이(다이) 민족뿐만이 아니라 라후, 와와 같이 다양한 소수민족이 분포한다.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 통치하에 놓여있었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중국의 윈난성과 미얀마의 샨주 경계 획정 문제를 놓고 영국과 중국은 수십 년간 대립했다.
그러던 와중에 1941년 태평양 전쟁의 발발 직후 일본과 공조한 태국의 피분 송크람 총리는 샨주를 태국의 영토로 병합하려고 했다. 이는 1945년 일본의 패전 후 무효로 돌아갔지만, 샨주에서의 다이인들의 정체성 정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948년 1월 독립 이후 버마인 중심의 연방공화국에 저항한 다양한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투쟁이 확장되면서 미얀마는 지금까지 내전 상태에 있다.
미얀마와 중국 사이의 국경은 1960년에 최종 확정된다. 당시 국경 확정으로 '와' 공동체는 분단되어 중국과 미얀마의 소수민족이 된다. 이들 중 중국 공산당과 긴밀하게 협력했던 파벌이 1989년 '와방연합군(佤邦聯合軍)'을 조직했고, 샨주의 다이인 중심의 반정부군과 투쟁하는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무기 및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부족한 부분은 마약 생산과 거래로 충당해 왔다. 이에 지난해 11월 태국 전 총리인 탁신 친나왓이 와방연합군이 태국의 마약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하면서 국경 지역에 긴장감을 높였다.
중국이 와방연합군을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난의 파장은 단순히 미얀마-태국 국경 안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마약과의 전쟁으로 민심을 잃었던 탁신이 최근 정계 활동을 재개하면서 직접적으로 와방연합군을 비판한 것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민 아웅 흘라잉 군정이 이렇듯 예고된 인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 혹은 그러한 의지가 있는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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