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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시장이 신약 혁신 가로막아… 정책·투자를 하나로"

뉴시스

입력 2025.06.07 14:01

수정 2025.06.07 14:01

"바이오에 맞는 자본시장 토양 마련할 때"
[서울=뉴시스] 신약 개발은 지금까지 제조업 등 우리 산업사를 이끌어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궤도로 성장하므로 그에 맞는 자본 시장의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약 개발은 지금까지 제조업 등 우리 산업사를 이끌어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궤도로 성장하므로 그에 맞는 자본 시장의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신약 개발은 지금까지 제조업 등 우리 산업사를 이끌어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궤도로 성장하므로 그에 맞는 자본 시장의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8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전무는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 투입되는 자본은 천문학적"이라며 "이 긴 시간 동안 기업은 유의미한 매출을 내기 어렵고, 긴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두텁고 인내심 있는 자본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투자 생태계가 발달한 선진국에 신약 개발 기업이 집중돼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늘날 신약은 기술적으로 진보했고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는 수억원대의 고가 약물로 등장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이 필수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문 전무는 "신약 기업의 초기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벤처캐피탈의 자금 지원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이어간다"며 "이때 투자 유치가 반복될수록 임직원 지분은 희석되는데, 이로 인해 국내 상장 심사에서 대표이사의 낮은 지분율이 기업 가치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 대비 높은 수준의 임직원 지분율을 신약 기업에 요구할 경우, 벤처캐피탈은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오히려 상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기업 역시 필수적인 투자 유치에 제약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모든 산업 분야의 기술 기업을 동일한 상장 기준 아래 놓는 현 기술특례상장 제도 역시 성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 전무는 "신약 개발 기업은 본질적으로 임상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면 기업은 신약 물질을 조기에 기술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이 '완성된 치료제의 상용화'가 아니라 '기술 이전 타이밍 최적화'에 집중하게 된다면 결국 신약 개발 생태계 발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신약 개발 후기 단계에서 축적돼야 할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해외 제약사의 이름으로 세상에 출시되는 현실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운 좋게 상장한 기업조차도 상장폐지 심사 기준에 따라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코스닥의 상폐 심사 요건 중 하나는 최근 3년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지속된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달리 수익 창출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신약 기업은 임상 후반 단계에 도달하고 있음에도 법차손 기준 때문에 상장 유지 여부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는 "신약은 로마처럼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며 "긴 개발 기간, 복잡한 규제, 치열한 경쟁 환경을 이겨내고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투자,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절실하다"며 "정책·연구·투자의 각 축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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