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관광을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관련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저성장이라는 삼중고 앞에서 관광은 더 이상 여가의 영역에 머물 수 없으며, 국가 경제를 살릴 전략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고 극심한 내수침체로 자영업자 100만 폐업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외국인 내한관광을 활성화 할 수 있다면 수출 못지 않은 외화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내수 경기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광 정책이 여전히 '문화의 부속'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으로 키우려면 '조직'과 '제도'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구축 △제도와 세제 개편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지금이 관광산업 재설계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K-콘텐츠와의 융합, 인바운드 유치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전환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함께 제안했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해
너무 간략하게 다뤄졌습니다.”
-정란수 관광여가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정란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산하 관광여가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관광정책의 전략적 위상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을 행복하게, 국가를 잘살게'라는 슬로건 아래 제안한 10대 관광정책이 단지 여가정책이 아닌, 국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산업정책이라는 점을 더 강하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광여가행복위원회는 관광학계와 업계 인사 300여 명으로 꾸려졌고 해당 위원회는 선거 전 10대 정책을 마련해 선대위에 제출했다.
정책 제안에는 △국민휴가권 보장 △지역관광 혁신 △관광컨트롤타워 구축 △스마트관광 전환 △한류 연계 외래객 확대 △관광종사자 권익 강화 등 국민 삶의 질과 산업 구조를 아우르는 방안을 망라했다.
정 위원장은 이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관광 컨트롤타워의 재정비'를 꼽았다.
그는 "대통령실에 관광진흥비서관을 부활시키고 현 국무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 직속 회의로 격상해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내 관광정책국도 '관광정책본부'로 승격시켜야 관광이 독자적인 정책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한 항목은 '관광소비 소득공제' 제도 신설이었다.
정 위원장은 "처음엔 인구감소지역이나 관광취약계층부터 적용하고 전국으로 확대하는 식"이라며 "일상에서 누구나 여행할 수 있어야 외래객 유치도 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관광 정책이 '휴가권 보장'처럼 취지는 긍정적이나, 조직·예산·법제도 설계 등 시스템 차원의 설계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냥 '좋은 사업 아이디어' 수준"이라며 "산업답게 정책도 '인프라·조직·거버넌스' 3박자로 설계돼야 하는데 그런 구조적 설계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거가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졌으니 공약 설계가 미흡했던 건 이해하지만, 지금이라도 빠르게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정책 방향을 산업의 언어로 전환하는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을 산업으로 본다는 시각, 거기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이충기 경희대 고황명예교수-
이충기 경희대 고황명예교수는 관광을 단지 여가가 아니라 '수출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관광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았다"라며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국가 전략으로 삼아온 흔적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4년 관광 수익이 약 160억 달러(약 22조 원)였다"며 "자동차로 따지면 쏘나타급 차량 66만 대를 수출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관광은 아직도 문체부 문화 예산의 일부일 뿐"이라면서 "이를 산업으로 보는 눈이 너무 약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처럼 문화나 여가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인프라 구축과 외래객 유치 등 국가 전략과 연결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싱가포르관광청에 따르면 외래 여행객들이 식상하지 않도록 1조 원 규모의 식물원을 만들고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고 F1도 끌어온다"며 "심지어 복합 리조트들에 머신 게임 확대를 허용하면서 대신 '호텔·테마파크' 같은 넌게이밍(비카지노) 콘텐츠를 함께 짓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관광을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 전략'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관광을 산업으로 받아들이지 않다 보니, 정책도 파편적이고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공공기관' 수준인 관광기관을 '청' 등의 정부기관 수준으로 격상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중심 조직이고, 관광은 거기에 얹혀 있는 구조"라며 "기획과 실행을 전담할 독립 기구가 없으면 외래객 유치도, 지역경제 활성화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관세도 없고, 무역장벽도 없어 외화 획득 효과가 확실하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소비자의 취미활동처럼 다루니 예산도 작고 정책도 단기 이벤트 수준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광진흥기금의 활용 범위 확대, 관광 기본법 개정, 정책 콘트롤타워 재편, 수출가치, 경제 기여도 등의 계량적 연구 등이 모두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대우해 주세요."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장은 "여행산업은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 효과가 막대한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관광산업을 산업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팬데믹 이후 여행업계는 디지털 전환 지연,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의 독과점화, 불공정 경쟁 구조에 직면해 있지만, 중소업체 중심 구조상 자체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행업협회는 대통령 직속 '관광비서관직' 부활과 '관광담당 차관' 신설을 통해 관광정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대통령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로 격상해 범정부적 조율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컬처'와 'K-콘텐츠' 확산을 활용한 관광산업 도약을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관광산업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진흥법의 전면 개정과 해외 OTA에 대한 공정 경쟁 기반 마련,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등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현행법은 산업 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특히 해외 OTA에 대한 관리 공백과 세금 회피 문제는 국내 여행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K-관광을 수출산업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제조업과 같은 세제·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광수출지원단 구성과 함께 인센티브, 마이스(MICE), 교육여행 등 해외 판촉 확대를 통해 외래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여행업의 AI 활용과 디지털 전환 지원, 종사자 역량 강화도 함께 추진해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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