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전쟁의 역설(?), 러시아 루블 올해 최고 성적 통화…가치 40% 넘게 폭등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8 07:01

수정 2025.06.08 07:01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와 오랜 전쟁 속에서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올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40% 넘게 폭등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통화로 올라서는 역설이 나타났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중국 등에 석유 수출을 지속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높은 기준금리로 수입 수요를 억제하면서 루블 가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FP 연합
우크라이나와 오랜 전쟁 속에서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올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40% 넘게 폭등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통화로 올라서는 역설이 나타났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중국 등에 석유 수출을 지속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높은 기준금리로 수입 수요를 억제하면서 루블 가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FP 연합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고전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오랜 전쟁에 따른 피로 속에 하강하는 경제, 주요 달러 공급원인 석유 국제 가격 하락, 미국과 유럽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통화인 루블의 가치는 오르고 있다.

CNBC는 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분석을 인용해 올 들어 루블이 전세계 통화 가운데 가장 가치가 많이 오른 통화라고 보도했다.

BofA에 따르면 올해 루블은 미 달러에 대해 40% 넘게 평가절상됐다.

지난 2년 폭락하던 통화가치가 올해 폭등세로 바뀌었다.



루블 폭등은 달러 약세 속에 러시아의 자본 통제 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펀더멘털이 탄탄해져 외국인들의 루블에 대한 믿음이 개선되기보다는 러시아 정부의 정책이 루블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웰스파고 외환전략가 브렌던 매키너는 루블 상승세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매키너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 가치를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지속하려 노력하고 있고, 자본 통제와 기타 외환시장 규제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평화협상이 진행되면서 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루블 강세 전환의 배경이라고 지목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인 러시아연방중앙은행(CBR)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로 묶어두고 있고, 대출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높은 금리가 러시아 기업들의 수입을 위한 대출을 압박하고, 이에 따라 러시아 기업과 소비자들의 외환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의 안드레이 멜라셴코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둔화 여파로 러시아 수입업체들의 외환 수요가 줄고 있고, 이에 따라 러시아 은행들은 달러나 중국 위안화 확보를 위해 루블을 내다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영 석유업체를 비롯한 대형 수출업체들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나 위안을 루블로 바꾸고 있는 것도 루블 가치 급등을 촉발하고 있다.

CBR에 따르면 1~4월 러시아 대형 수출업체들이 매각한 외환 규모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6% 가까이 증가한 425억달러에 이른다.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 교수 스티브 행크는 CBR이 통화공급을 줄이고 있는 것 역시 루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행크에 따르면 2023년 8월 CBR의 통화공급 증가율은 전년동월비 23.9% 치솟았지만 올들어서는 1월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전년동기비 통화공급은 -1.19%를 기록하고 있다고 행크는 설명했다.


2024년 2월 24일 시작한 우크라이나와 오랜 전쟁이 이제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 역시 루블 가치 상승에 보탬이 되고 있다.

최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양측이 공격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두 나라의 전쟁을 끝내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평화협상은 결국 타결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다만 러시아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유가 미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 우려 속에 고전하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로 볼 때 루블이 추가로 가치가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