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갤러리 전시…100호 크기 미만 근작 20여점
서로 스며들고 번지는 형태와 색…추상화단 원로 서승원 개인전PKM갤러리 전시…100호 크기 미만 근작 20여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추상화단의 원로작가 서승원(84)이 작업을 시작하던 때 국내 화단에는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을 중심으로 한 사실주의나 이에 대항한 앵포르멜(비정형미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 1960년 홍익대 미술대학에 진학한 그는 왜 서구미술을 배우고 사실주의에 순응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미술이 새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런 고민은 기하추상 그룹 오리진과 전위미술 단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활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그는 선과 면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기하학적 추상 미술 작업을 시도했다.
'자를 대고 그린 그림'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던 작가의 작업 세계는 2000년대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형태와 색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서로 스며들고 번지는 듯한 느낌으로 기하학적 추상은 해체됐다.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승원의 개인전은 이렇게 변화한 경향을 보여주는 2021∼2025년의 작품 중 100호 미만의 근작 20여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 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기하학적 추상 미술을 통한 새로운 미술의 질서 찾기 운동을 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하학적 추상을 해체하고 평면에서 내면으로 스며들 수 있는 한국적인 미술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저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50대가 되면서 생각이 변했다"면서 "공간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색과 형태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돌아보며 "20대부터 오늘까지 비구상(추상)미술을 고집하며 조금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았다"면서 "구상미술이나 선배들이 하는 미술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미술을 구현하려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꽃 그림, 미인도, 사실주의, 풍경화가 유행할 때 그런 미술을 넘보지도 않았고 '그림이 안 팔려도 좋다', '오직 내 길만 가겠다'는 생각으로 60년 작품 세계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7월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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