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강관 등 특수강 각축전
韓, 내한·내식 강재로 승부수
中 배제 흐름 속 한·일·EU 3파전 양상
韓, 내한·내식 강재로 승부수
中 배제 흐름 속 한·일·EU 3파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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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알래스카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로 극한 환경에 적합한 고성능 강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고부가 강재 내 가공 정밀도와 수출 네트워크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식·내한 고기능 강재 수요 크게 늘어날 것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글렌파른 그룹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50여개 기업이 총 158조원 규모의 자재·서비스 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렌파른은 최근 1차 전략적 파트너 선정을 마무리했으며, 미국 정부도 규제 완화를 통해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내식성과 내한성을 갖춘 고기능 강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알래스카는 부식성과 극저온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지역으로, 시공이 까다로울수록 강재의 진원도·용접 정밀도·코팅 기술 등에서 품질의 안정성과 일관성이 핵심"이라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일본과 대등하거나 일부 앞서는 만큼, 관건은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LNG 수송에 필요한 고성능 파이프라인용 강관은 대표적인 수혜 품목으로 꼽힌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특수강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이지만, 한국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포스코의 경우 원소재 단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양산 체계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건설 등 연관 산업도 새로운 기회
이번 사업은 철강뿐 아니라 조선·건설 등 연관 산업 전반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평가다. 주영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파이프 공급뿐 아니라 운송 인프라 전반의 구축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철강·조선·건설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을 '에너지·인프라 파트너'로 공식 지칭하며, 알래스카 개발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산 철강 배제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며, 향후 한·일·유럽연합(EU) 철강업계 간 3파전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발주 구조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동준 교수는 "핵심은 자금 조달 주체가 누구냐는 점"이라며 "미국 자본으로 추진된다면 공급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국 기업이 자금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면 리스크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3일 열린 '제4차 알래스카 지속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국내 기업들도 참석했으나, 일정상 현장 시찰에는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설계·발주사 선정이 구체화됨에 따라, 본격적인 수주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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