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다이궁 손절하고 몸집 줄이는 K면세점… 적자 탈출 신호탄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8 18:24

수정 2025.06.10 08:20

롯데免, 2년 만에 분기 흑자 전환
다이궁 거래 끊고 본업 강화 결실
'볼륨보단 수익성' 사업재편 속도
면세업계, 롯데의 성공사례 주목
다이궁 손절하고 몸집 줄이는 K면세점… 적자 탈출 신호탄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밑 빠진 독'으로 전락했던 면세 업계가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 축소와 수익 중심 사업 재편으로 올 상반기 '바닥다지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이 올초부터 다이궁과 전면 거래 중단을 선언한 이후 곧바로 흑자전환으로 돌아서자 업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다이궁 거래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에 비해 25% 감소했다. 앞서 4월도 전년 동기보다 다이궁 매출이 20%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궁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 초 롯데면세점이 다이궁 거래 전면 중단 선언 후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자 경쟁사들도 적극적으로 매출 구조 변화에 나선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매출을 좌우하던 다이궁과 손절을 택한 뒤 오랜 적자에서 탈피했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매출은 6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2023년 2·4분기 이후 약 2년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면세점의 연간 영업적자는 천억원대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다이궁 거래 중단 이후 올해는 면세점 4사 중 유일하게 분기 흑자를 달성할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다이궁은 구매액의 3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궁과 기업간거래(B2B) 방식을 끊으면서 막대한 수수료가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이다. 대신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직접 유치하고 개별 관광객들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는 "과거 면세점이 볼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면세업계의 수익 개선은 수익 중심의 과감한 사업구조 정리도 한몫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자체 패션 브랜드 '싱귤러' 사업을 종료했는데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면세점이 동대문점을 철수하는 것도 다이궁 거래 축소과 연결된다. 동대문점은 개별 관광객 보다는 사실상 다이궁 중심으로 운영되던 매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면세점의 시내면세점 적자 중 절반 가량은 동대문점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점 영업 종료 만으로 상당 부분 수익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울러 현대면세점은 지난 4월 희망퇴직을 받았고,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하는 등 사업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제살 깎기' 노력에도 계속되고 있는 고환율 기조와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면세점 실적이 올해 괄목할 반등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주요 고객인데 환율이 높은 상황이라 면세 쇼핑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줄었다는 게 큰 문제"라면서 "비상 경영을 통한 수익 구조 개선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