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 '속도전'
재계, 현실적 대응책 찾기 분주
로펌 입장에선 새 먹거리 생겨
기업 고객 대상 비즈니스 경쟁
거대 여당의 입법 지원을 등에 업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기업 경영에 민감한 법안들의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계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기업 규제의 강도와 입법 속도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자칫 눈 밖에 날 것을 우려해 쉽사리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법무법인들이 기업들을 위한 법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현실적 대응책 찾기 분주
로펌 입장에선 새 먹거리 생겨
기업 고객 대상 비즈니스 경쟁
8일 정치권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포함됐다.
시행 시점은 유예 기간 없이 '공포 즉시'로 명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취임 후 2~3주 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만큼, 빠르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추진된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 안들도 있지만 다시 정식으로 발의해서 처리해야 할 텐데 국회의 정상적인 법안 발의와 심사 절차를 거쳐서 그냥 처리하겠다"고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란봉투법은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파업 등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 책임을 회사가 노조 측에 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 안정 등도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직접 개입했을 때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재계는 초비상이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도,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6단체들은 일단 법안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의견을 모아가겠다는 입장이나 실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다만 지난해 8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유감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속내는 읽을 수는 있다. 당시 대한상의는 "노사관계, 일자리, 기업간 협력관계, 외국인 투자환경 등 경제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대형 로펌들은 기업 고객을 상대로 설명자료를 내고 경영권 방어와 이사회 운영 전략 전환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추상적으로 규정돼 실제 회사의 운영과 이사의 직무수행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를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조직 재편이나 자본거래와 같은 주요 결정 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로 경영권 분쟁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주주총회와 이사회 대응 방식의 구조적 재정비를 권고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배임 소송의 급증을 예상한다"며 "소액주주가 집단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어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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