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양강국의 길… 조선뿐 아닌 기자재 경쟁력도 높여야" [인터뷰]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8 18:37

수정 2025.06.08 18:37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
전국 유일 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
작년엔 에코 스마트 컨테이너 개발
업계 R&D 증가 추세지만 자금 한계
연구원, 현행법상 민간 법인 분류
정부 감사는 받지만 재정 지원 '0'
기술개발 가능한 환경 만들어지길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제공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제공
"국내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이 지금보다 비약적으로 성장 발전하려면 기술 연구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법상 현재는 산업부 산하 전문생산기술연구소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가 없다. 기자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이런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 배정철 원장(사진)은 8일 부산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의 미래를 위해 정부의 기술연구 지원 체계 마련 필요성을 호소했다.

연구원은 국내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01년 부산 영도 한국해양대 부지 내 설립됐다.

현재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제품 시험을 지원하며 해당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공인받은 시험기관으로 조선해양기자재를 포함해 최근 주목 받는 해양방산 분야까지 관련 기업에 시험·인증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한국선급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선급과 정부 지정 형식승인지정 시험기관으로 관련 산업의 세계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의 애매한 입지가 관련 기술 연구개발 활동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 원장은 "현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42조로 인해 저희와 같은 연구소 기관은 민간 재단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비영리 공공기관의 역할을 수행 중"이라며 "때문에 각종 정부 감사도 받으며 엄격한 기준에 맞춰 업무를 함에도 운영비 등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근거가 없어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은 현재 국가 R&D 과제 수주나 민간 시험용역 등 자체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관련 산업에서의 기술개발 수요는 나날이 커져만 가는 데, 자금의 한계에 부닥쳐 선제 대응에 큰 걸림이 되고 있다"며 "산업 현장을 위한 생산기술 연구소의 공공성과 역할을 고려해 최소한의 제도적·재정적 지원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주요 국가정책 가운데 하나로 '해양강국'을 비전으로 내건 만큼 배 원장은 조선 산업뿐 아니라 조선·해양기자재 산업 또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원장은 "산업부 소관 관련법에서 현재의 '전문 생산기술 연구소' 체계를 고유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정부 출연 연구소와 같은 시스템으로 전환했으면 한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운·조선산업을 강조한 만큼 이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 연구원은 조선·해양기자재 분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기자재 산업도 기술개발·실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연구원의 조선해양기자재 기술개발 역량은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친환경과 스마트화에 초점을 맞춰 '선박용 디지털 기자재 통합 성능인증 플랫폼 조성사업'과 '선박용 액체수소 실증설비 구축사업' 총괄기관에 선정되며 현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 국내 생산이 중단된 컨테이너 생산 시장을 되살릴 '에코 스마트 컨테이너박스'를 지난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박스의 무게를 20% 경량화한 데 이어 별도 제습제가 필요 없도록 제습 기능을 갖추면서도 온도 등을 원격 조절할 수 있는 첨단 컨테이너 박스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전남 여수·광양 국가산업단지에 컨테이너 생산기지를 만들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사장되다시피 한 컨테이너 생산 시장을 다시 일으켜 국산 컨테이너를 보급, 장기적으로 국내에 필요한 500만개 수량을 채워 나가는 것이 목표다.


배 원장은 "세계 해상물류의 90% 이상이 컨테이너로 움직인다. 이에 경량화와 수명을 늘린 신소재 기반 친환경 컨테이너 개발이 필수라 판단했다"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고자 무인자동화 생산 기술도 설계 중이다.
공장이 본격 설립되면 탄소중립과 기술경쟁력, 세계 공급망까지 모두 확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