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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정권 따라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정책 수립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8 19:20

수정 2025.06.08 19:20

최종현학술원, 기술전략 제언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추진을
최종현학술원 '기술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과학기슬 정책 보고서 표지 이미지. /사진=뉴시스
최종현학술원 '기술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과학기슬 정책 보고서 표지 이미지. /사진=뉴시스
국가 간 첨단기술 개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떠받치기 위해선 과학기술을 선두그룹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시대다. 기술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최종현학술원이 8일 내놓은 '기술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보고서는 새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과학기술 국가전략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정권을 초월한 과학기술전략 수립을 주요 제언으로 내세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정책 근간이 반복적으로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타당한 지적이다. 실제로 새로 들어선 정권들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 지우기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 정권의 치적을 폐기하거나 축소함으로써 현 정권의 실적을 높게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정권 지지율을 높이고 정권의 연속성을 도모하려는 셈법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권력의 속성 탓에 애를 태우는 건 연구자들이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대형 국가연구사업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노심초사한다.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폐기되거나 연구 지원금이 끊길까 걱정하기 일쑤다. 첨단 연구개발 분야는 오랜 기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곤 한다. 그러한 연구개발이 성과를 거둘지 장담할 수도 없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과학기술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기되고 새로운 정책이 나온다면 어떻게 꾸준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겠는가.

압도적인 과학기술 정책보다는 선진국가의 정책을 따라가기 급급한 정책 마인드도 문제다. 이 보고서는 역대 정부가 공통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시대적 추격자 프레임에 안주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이 이미 개척한 기술들을 나열해놓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리스트 내에서 선별투자하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추격자 방식의 과학기술 정책은 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무리수를 두려 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지금은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진 국가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안보도 강화하는 기술주권 시대다. 주요국들이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에 목을 매는 이유도 같은 이치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아까운 세월을 허비했다.

더구나 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바로 국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국가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세워야 할 과학기술정책이 제대로 도출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 과학기술정책 수립만큼은 정치와 완전히 칸막이를 세워놓고 진행해야 한다.
정권의 이벤트로 전락해선 안 된다. 전 정권이 추진해온 과학기술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이끌어갈 혁신정책도 강구해야 한다.
정파를 초월해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