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진핑-푸틴 밀착? 러 정보기관 비밀문서 "중국은 적!"

뉴시스

입력 2025.06.09 06:50

수정 2025.06.09 06:50

FSB 내부 문서의 견제와 두려움 “中, 러 안보 심각한 위협” NYT, 사이버 범죄조직 ‘아레스 리크스’ 입수한 보고서 보도 中, 러 유학생 감시·中 배우자 둔 러시아인 ‘잠재적 스파이’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5.06.09.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5.06.09.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10년만에 참석한 것은 양국 관계의 밀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중-러간 전략적 협력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비밀문서는 중국에 대한 깊은 의심 속에 중국의 간첩 활동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FSB 보고서 “중국은 적”

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 FSB의 본부에서는 중국을 ‘적’이라고 부른다고 비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것으로 2023년 말∽2024년 초 작성된 8쪽 분량의 문서에서 FSB는 중국이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 첩보원을 영입하고 민감한 군사 기술을 손에 넣으려 하고 있으며 불만을 품은 러시아 과학자들을 유인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중용도 물품 지원 등의 의혹을 받는 중국이지만 중국은 서방 무기와 전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군의 작전을 감시했다.

더욱이 중국 학자들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기초 자료까지 모은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정보요원들이 광산업체와 대학연구 센터를 은폐 수단으로 삼아 북극에서 간첩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FSB는 경고했다.

◆ 사이버 범죄조직 ‘아레스 리크스’ 문서 입수

NYT는 사이버 범죄조직인 ‘아레스 리크스(Ares Leaks)’가 해당 문서를 입수했지만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6개 서방 정보기관과 공유해 보고서가 진본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러시아 방첩 기관의 중국에 대한 생각을 가장 자세하게 드러낸 이면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데는 중국의 도움이 크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석유의 최대 고객이며, 필수적인 컴퓨터 칩, 소프트웨어, 군사 부품을 공급한다.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자 중국이 대체했다.

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무제한 파트너십’을 추진하지만 FSB의 극비 메모는 사실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FSB 보고서는 겉으로는 우호적인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정보 전쟁을 긴장되고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NYT는 이 문서는 FSB 방첩작전부(DKRO)에서 중국과 아시아 여러 지역의 간첩 활동을 막는 임무를 맡은 DKRO 제7정보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점점 더 강력해지는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취약성에 대한 불안감이 주요 내용이라고 전했다.

◆ 러, 우크라 전 후방에서는 중국과 첩보전

푸틴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3일 전인 2월 21일 FSB에 ‘협상-4’라는 방첩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코드명은 중-러 우호 관계가 깊어지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중국 스파이들이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러시아가 모든 군사력과 스파이 자원을 우크라이나로 돌리고 틈을 중국이 이용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징후도 나타났다. 중국 정보요원들은 모스크바 권력층과 가까운 관리, 전문가, 언론인, 사업가들을 포섭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FSB는 중요 전략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려 나서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러시아 시민들엑 중국이 첨단 과학연구를 확보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FSB는 중국 메신저 앱 위챗에서 사용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라고 명령한 것도 그런 이유다.

미국은 중러의 밀착에 우려를 나타내고 트럼프는 대선 전부터 둘의 분리를 강조했으나 FSB 문서로만 보면 양국은 불신과 의혹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중국을 경계하는 것처럼 중국도 2만 명 러시아 유학생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중국인 배우자를 둔 러시아인을 잠재적 스파이로 포섭하려 하고 있다고 문서는 밝히고 있다.

◆ 中, 민감한 극동 영토 역사적 관련성 찾아

중국은 항공 분야에서 러시아에 오랫동안 뒤처져 왔으며, 이 문서는 중국이 러시아에서 항공 분야 전문적 정보 획득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군 조종사와 공기 유체 역학, 제어 시스템, 공탄성 분야 연구자들을 목표로 삼았다. 소련이 처음 배치한 호버크래프트형 군함인 에크라노플란 개발에 참여했던 러시아 전문가들도 찾았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필수 무기 부품을 제공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FSB 문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공급망 구축을 제안했고, 드론 및 기타 특정되지 않은 첨단 군사 장비 생산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 문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했지만 이러한 제안이 실제로 이행됐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FSB 메모는 중국이 러시아가 지원하는 준군사 조직인 와그너 용병 집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보고서에는 중국은 바그너의 경험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활동하는 자국 군대와 민간 군사기업에 활용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러 양국간 가장 민감한 내용은 러시아가 19세기 말 합병한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광대한 극동 영토 문제다.

러시아가 전쟁과 경제 제재로 약화돼 중국에 대한 반격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약화된 가운데 FSB 보고서는 중국 내 일부 학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영토 영유권 주장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고대 중국인의 흔적을 찾고 있으며, 이는 중국 주장에 우호적인 지역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이 문서는 전한다.

2023년 중국은 러시아 내 도시와 지역의 역사적 중국 이름이 포함된 공식 지도도 발행했다 .

FSB는 공무원들에게 중국이 국경지대에 역사적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연구에 러시아 과학자와 기록 보관소 자금을 사용하려는 시도를 폭로하라고 명령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광대한 북극해 영토와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뻗어 있는 북극해 항로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 강조한다.

◆ 中, 북극 관련 정보도 수집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북극에서 중국의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FSB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노후화된 북극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가스 대기업 노바텍은 이전에 미국 석유 서비스 회사 베이커 휴즈를 이용했던 북극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중국에 의존해 온 것이 한 예다.

FSB는 중국 스파이들이 북극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보기관은 고등교육기관과 광산 회사를 이용해 러시아의 북극 개발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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