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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폐열로 전기 만드는 '열전발전' 산업화 길 찾았다

뉴시스

입력 2025.06.09 09:01

수정 2025.06.09 09:01

KERI 중심 출연연·기업 연합팀, 성능평가 기준부터 실증까지 절차 확립 AI 알고리즘으로 평가 기준 소자 개발, 사업화 엔지니어링 데이터 확보 산업현장 고온가스 배출환경 모사 국내 유일 '테스트베드'로 실증·평가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수동(가운데)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수동(가운데)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홍정명 기자 =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KERI 중심의 정부출연 연구원 및 기업 연합팀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발전'의 산업화를 위한 큰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열전발전'이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이나 반도체 접점 사이에서 생기는 온도 차이를 전기로 만드는 기술로, 미래형 기술이다 보니 실용 연구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고, 이론과 실제 효율과의 괴리도 커 산업현장에 제대로 적용된 사례는 드물었다.

이에 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수동 박사팀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국내 기업들이 열전발전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준 체계를 확립하고, 관련 연구개발 및 설계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 실증 인프라까지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서울대, 에코피아㈜, ㈜정관이 함께했다.

박수동 박사팀은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열전발전 성능의 ‘가늠자’ 역할을 할 기준 반도체 물질과 소자부터 개발했다.



먼저, AI에게 전 세계 논문과 기술 브로셔 등 1만3000여 출판물을 학습시켜 가장 많이 사용된 열전 반도체의 조성을 파악하고, 이들의 평균적인 성능과 규격을 도출했다.

이어 각종 대내외 온도, 제조 방식 등 환경 조건에도 영향을 적게 받는 성질까지 분석해 산업적 척도가 될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산업계에서는 KERI 3종 소자를 기준으로 자신들이 자체 개발·보유한 열전발전 소자들 성능을 비교·평가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박수동 박사팀 등 연합팀은 기업들이 열전발전 연구개발, 설계, 제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만들어 수요기업에 공개하고 있다.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수동(가운데)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수동(가운데)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열전발전 기준 소자 3종'.(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관련해, KERI 박수동 박사팀은 습기와 진동, 소금기의 영향에 관한 세부 환경 특성과 함께 견딜 수 있는 전압 수준 등 전기적 특성 데이터를 얻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열전반도체와 소자의 강도, 외부 충격, 압축 등에 견디는 정도와 같은 기계적 특성을 확인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소자 수명 예측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열전반도체 물성 등을 측정해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서울대학교는 계면 열전도도 측정 및 이론 개발을, ㈜정관은 기준 소자 공정 개발을, 에코피아㈜는 성능 분석 평가 장비 개발을 맡아 이번 성과에 기여했다.

이들 성과를 기반으로 박수동 박사팀은 기업들이 개발한 ㎾급 열전발전 파워 모듈을 실증 및 평가하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이는 산업현장 조건과 유사하게 250~300도의 고온가스가 다양한 속도(최대 14m/s)로 뿜어져 나오도록 만들어 열전발전 모듈의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세계 유일의 인프라다.

이미 KERI는 1.6m 길이의 ㎾급 열전발전 파워 모듈을 직접 만들어 인프라에서 실증하는 등 객관적인 평가 설비로서의 가치를 확인했다.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박수동 박사 연구진, 열전발전 파워 모듈 실증 및 성능 평가 모습.(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박수동 박사 연구진, 열전발전 파워 모듈 실증 및 성능 평가 모습.(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KERI는 이러한 모든 과정과 측정·평가 노하우가 담긴 기록 절차서를 만들었고,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열전 반도체 및 소자에 따라 출력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웹사이트까지 구축해 무료로 오픈했다.

박수동 박사는 "열전발전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기준점, 데이터, 실증 인프라까지 원스톱으로 체계를 구축한 사례는 세계 최초이며, 누구나 활용 가능하도록 공공성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친환경 열전발전 기술의 체감도를 높여, 범국가적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ERI 박수동 박사팀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아래 세계 최대 규모의 '열전발전 시스템 개발 및 실증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번 연구 성과를 비롯해 '열전발전 소자 대량생산 공정 개발', '선박·산업용 열전발전시스템 개발'을 포함하고 있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에는 열전발전의 적용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비스무스-텔루라이드(Bi-Te)계 열전반도체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베이스 확보와 새로운 개발 이론이 얻어진 만큼, 전류를 흘려 열을 빼내는 일명 '열전냉각' 기술 분야에 대한 심층 연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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