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로봇'서 영감 받은 韓 뮤지컬 토니상 6관왕

이 곡은 스마트폰을 기계처럼 지니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정경을 그렸다. 미니멀한 트립합(음습하고 몽롱한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 사운드에 배인 도회적이면서 쓸쓸한 '에브리데이 로봇'의 정서를 대학로에서 '윌휴 콤비'로 통한 한국인 작가·작사가 박천휴(42)와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44)이 가슴 아픈 정서가 배인 따뜻함으로 옮겨냈다.
'에브리데이 로봇'은 2014년 알반이 발매한 동명 앨범의 첫 트랙이다. 이 음반은 블러는 물론 영국 만화가 제이미 휴렛(Jamie Hewlett)과 만든 가상 밴드 '고릴라즈(Gorillaz)', 영국 아트 록 슈퍼 그룹 '더 굿, 더 배드 & 더 퀸(The Good, the Bad & the Queen)' 등을 통해 활동했고 영화 OST, 오페라 등의 작업을 해온 알반의 첫 솔로 음반이다.
이 앨범엔 알반과 작업했던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레게의 여유로움, 가스펠과 솔(soul)의 달콤쌉싸름한 우아함이 어우러진 나른한 음악들이 실렸다. '에브리데이 로봇'을 비롯 대부분의 노래는 저음의 드럼 머신 심장 박동과 고음의 핑킹 어쿠스틱 사운드로 구성됐는데, 곳곳의 빈틈이 오히려 애틋함을 안긴다.
고개를 숙인 채 불분명한 회색 공간 한편에 앉아 있는 커버 속 알반의 모습은 쓸쓸함을 배가한다. 기술 발달로 인한 소외감을 형성하는 앨범의 전체를 대변하는 상징인 셈이다.
'에브리데이 로봇' 트랙 초반엔 영국 코미디언 로드 버클리가 15세기 스페인 탐험가 알바르 누녜스 카베사 데 바카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삽입됐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 몰랐으나,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고 있었지"라는 내용이다. 이는 불안정하게 흘러가는 세계에 대한 체념이자 자각이다. 앨범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반면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이자 알반이 탄자니아에서 만난 아기 코끼리를 위해 부른 경쾌한 곡 '미스터 템보(Mr. Tembo)'는 "그가 지금 있는 곳이 그가 계획했던 곳은 아니었어"라는 후렴구를 반복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의 최소한의 긍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알쏭달쏭 엔딩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 데이먼 알반 '에브리데이 로봇' 커버. (사진 = 팔라폰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6/09/202506091252561411_l.jpg)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미래의 메트로폴리탄 서울'이 콘셉트로 미래가 배경이지만 재즈 레코드, 반딧불이, 제주도 등을 등장시켜 감성을 자극했다. '번지점프를 하다' 이전에도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원작으로 삼은 '마이 스케어리 걸'을 통해 한국 창작뮤지컬의 감성을 일찌감치 접한 애런슨은 웬만한 의사소통은 한국어로 하는 등 한국 감성을 일찌감치 체득했다.
2016년 초연했다. 2012년 동명 영화가 바탕인 '번지점프를 하다'로 주목 받은 이들이 우란문화재단의 기획개발 프로그램인 '시야 스튜디오'를 통해 약 2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첫 순수 창작물이다. 지난해 10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입소문을 탄 뒤 토니상을 받으면서 한국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다시 썼다.
두 사람은 뉴욕대 대학원에서 만난 친구다. 벤 폴즈와 존 브리온 같은 뮤지션, 마이크 밀스와 미란다 줄라이 같은 영화감독의 팬이라는 점 때문에 급속도로 친해졌고 이후 고전적인 취향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도 발견해 같이 작업을 시작했다.
2017년 6월 서울에서 두 사람을 인터뷰했을 때부터 미국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박천휴는 당시 "작품의 근원에 깔려 있는 정서는 클래식하다. 그래서 공감이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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